“법인세법 제76조 제5항 ‘사실과 다르게 받은 금액’…더 이상 시시비비 없어지길”

지난 2013년 경상도의 한 철강업체는 관할 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탈루한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가로 징수당했다. 이 업체는 준엄한 세무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믿고 추징액을 납부했다.

그런데 관할 지방국세청의 감사관실에서 또다른 문제를 만들었다.

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결과를 통보받은 세무서장은 ‘공급가액’에 대하여 2%의 증빙불비가산세를 부과했으나, 지방청 감사관실이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 ‘사실과 다르게 받은 금액’은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를 합한 것이 ‘공급대가’라고 해석하여 가산세를 추가로 부과해야한다는 취지로 감사지적을 한 것.

당연히 세무서는 추상같은 감사관실의 지적을 받아들여 세금계산서의 ‘공급대가’를 기준으로 가산세액을 다시 계산해 이 업체에 납세고지서를 보냈다. 67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금액의 과다를 차치하고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지 수긍할 수 없어 해당 지방국세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자신들의 감사관실이 지적하고 관할 세무서가 부과한 세금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납세자권리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의 문도 두드렸으나 결과는 매한가지 ‘기각’이었다.

결국 법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울산지법 1심 재판부는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은 법인이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할 때마다 거래상대방과 ‘공급가액’이 확인되는 정규지출증빙서류를 수취하도록 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그 거래상대방 사업자의 ‘과세표준(매출액)’이 노출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주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가산세는 그 형식이 세금이기는 하나 그 실질적 성격은 과세권의 행사 및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납세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에 규정된 신고‧납세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에 부과하는 행정상의 제재인데 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의 추궁에 있어서는 의무위반의 정도와 부과되는 제재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조세의 형식으로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인 가산세 역시 의무위반의 정도에 비례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비율에 의해 산출되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서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된다는 논리로 꼬집었다. 법원의 이런 지적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례가 그 근거였다.

1심 법원은 이 같은 법리에 비추어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은 세금계산서 등 지출증빙서류의 기재사항중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하여 가산세를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되므로 이와 다르게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공급대가를 기준으로 가산세를 적용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의 이러한 판단은 부산고법과 대법원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었으며, 지난 7일 대법원의 최종판결(상고기각)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관련 지방국세청 감사관실은 왜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의 ‘사실과 다르게 받은 금액’을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를 합한 것이 공급대가라고 해석했을까.

판결문에 따르면 법인세법 시행령 제158조 제2항 제1호에서 ‘공급받은 재화 또는 용역의 건당 거래금액(부가가치세를 포함한다)이 3만 원 이하인 경우’에 지출증빙서류의 수취 및 보관의무를 면제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조항은 법인세법 제116조 제2항(지출증명서류의 수취 및 보관)의 위임에 따라 지출증빙서류의 수취 및 보관원칙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전제하에 가산세의 액수를 정하는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하위법인 시행령의 내용을 근거로 조세관련 법률의 문언을 수범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할 여지가 크므로 위 조항이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의 해석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이 사건은 지방청 감사관실의 세법 조항의 과잉해석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담당세무사로서 처음부터 이 사건을 수행해온 이승효 세무사(전 조세심판원 과장, 사진)는 국세청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부가가치세액을 포함한 공급대가를 기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무상으로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한 사례가 상당수 있고, 또 그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도 않은 것도 발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받지 않은 금액 또는 사실과 다르게 받은 금액’은 부가가치세액을 제외한 금액 즉 공급가액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세무사는 “법인세법 제76조 제5항 ‘사실과 다르게 받은 금액’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의 단어를 사용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예규와 심판‧심사결정례는 물론 판례도 없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이번 판결로 더이상 세정현장에서 조사공무원과 납세자간에 시시비비가 없었으면 한다”고 소회했다.

그는 또 “법문상의 규정이 불명확한 개념의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국고적인 해석을 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법률적으로 강자인 국가의 편에 설 것이 아니라 약자인 납세자의 편에서 해석해야 하고, 과세의 형평과 해당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히 침해되지 않도록 해석되어야 하며, 관련 법률의 개정 또한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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