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동안양세무서)

자신의 반을 덜어내고
비로소 평강을 얻을 수 있었다
양쪽 날개 맞닿은
온전한 빛으로 한껏 날아오를 수 있었다

겨우내 언 땅 깨어나
뿌리를 향해 부푼 물길을 낼 때

몸 낮춰 속삭이는 평강의 물길은
굽은 나뭇가지에서 겨울눈을 흔들어 깨우고

하늘 향해 피어난 꽃망울은
새벽녘까지
이슬이 맺히도록 웃고는 했다

도랑물 즐거이 흐르는
야윈 나뭇가지 끝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달의 뒷면을 훔쳐보는
꽃그늘
작은 새 가만히 졸고 있는 봄날

비워서 온전해진
고요

물이 한참 오른다

 

[정선아 시인 프로필]

△ 현재 동안양세무서 근무
△ 2012년 국세가족문예전 금상 수상
△ 2017년 『애지』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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