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30대 세무사회장 선거가 끝났다. 엄청난 표차이로 현직 회장(백운찬)이 현 당선자인 이창규 회장에게 패했다. 정부 고위관료(세제실장, 관세청장)출신이 과거 지방국세청장도 무투표로 당선되는 등 ‘별로 어렵지 않다’는 재선에 실패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패한 쪽에서 많이 억울하다면서 당선자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아마도 선거과정에서 승복하지 못할 정도의 불법이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선관위는 누가봐도 집행부쪽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선거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면 제대로 제재와 단죄를 못한 자기들 탓이 커다. 그런데도 패자측은 법원의 1심 가처분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집요하게 항소까지 하며 버텼다. 하지만 결과는 또 ‘기각’이었다. 법원의 판단이 옳고 그르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법적인 한국세무사회장은 전임 회장(백운찬)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세무사회는 회칙이나 대표자가 바뀌면 기획재정부에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후 당선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고, 또 직무정지 가처분까지 제기되었으니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보자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즉 법원의 결정이 나면 그때 대표자를 변경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법원의 판결은 가처분보다 본안소송이 더 크다. 이제 패자측에서 본안소송을 제기하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법적으로는 전임회장이 아직도 회장이고, 현실적으로는 회원들로부터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되었다고 선관위가 선언한 인물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참으로 ‘웃픈현실’이 지금 한국세무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누구와 가깝고, 내가 한국세무사회의 회무 만큼은 제일이다’라고 말로는 외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느 누구하나 이 웃기는 상황의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법원의 판단과 기재부의 결정만을 천수답 벼들이 하늘비를 기다리는 모양처럼 넋놓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세무사회직은 댓가없이 봉사하는 자리다. 하지만 스스로 봉사를 자처했다면 입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제대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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