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기업어음의 통상적인 발행과 지급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발행기업은 단기자금 조달 목적으로 기업어음을 발행하여 증권회사를 비롯한 투자매매․중개업자 등(이하 ‘할인기관’이라고 한다)에 할인을 요청한다.

2) 할인기관은 할인된 어음금에서 자신의 수수료를 차감한 잔액을 발행기업에 지급하는데, 기업어음을 직접 인수한 경우에는 이를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출 형태로 이전한다.

3) 투자자들은 보통 기업어음 실물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예탁결제원에 이를 예탁하고 그 권리행사를 위탁하는데, 한국예탁결제원은 기업어음의 만기가 도래하면 자신이 거래하는 일반 시중은행(이하 ‘제시은행’이라고 한다)에 기업어음을 지급제시한다.

4) 제시은행은 어음교환소를 통하여 발행기업의 당좌계좌를 개설한 지급은행들에 어음의 지급제시 사실을 알리고, 지급은행들은 당좌계좌의 잔액을 확인한 후 어음금을 인출하여 어음교환소의 전산 이체로 제시은행에 어음금을 지급한다.

5) 제시은행은 한국예탁결제원에, 한국예탁결제원은 할인기관에, 할인기관은 투자자에게 순차 어음금을 지급한다.

나. 원고 은행은 기업어음 발행기업들과 당좌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기업어음 발행기업들에게 기업어음용지를 교부한 지급은행이다.

다. 이 사건에서 기업어음의 소지인들은 앞서 본 통상적인 어음금 결제 과정과는 달리 어음의 만기 전에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기업어음을 인출한 뒤,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제시은행에 직접 지급제시하여 어음금을 지급받았다. 그리하여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의하여 어음할인에 따른 이자소득이 원천징수되지 않았다.

라. 피고는, 할인기관이 직접 투자하였을 뿐 다른 투자자에게 매출 형태로 이전하지 않은 이 사건 기업어음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하였다가 만기 전에 인출하여 지급제시함으로써 어음금을 지급받은 경우, 위 어음금 할인액(이하 ‘이 사건 할인액’이라고 한다)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가 지급은행인 원고 은행에 있다는 이유로, 원고들에 대하여 원천징수납부불성실 가산세 내지 지급명세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위임을 받은 자’에 해당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두48550 판결)

가. 구 법인세법(2013. 1. 1. 법률 제116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3조 제1항 제1호는 ‘소득세법 제127조 제1항 제1호의 이자소득금액을 내국법인에 지급하는 자가 그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지급하는 금액에 100분의 14의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에 상당하는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의 행위는 수권 또는 위임의 범위에서 본인 또는 위임인의 행위로 보아 제1항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문언과 그 취지 등을 종합하면,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에 따라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에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해야 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징수업무, 즉,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을 수권 또는 위임받은 자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원천징수업무의 위임은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원천징수의 성격과 효과 등에 비추어 볼 때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하려면 명시적 위임이 있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임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나. 원심은, 원고 은행이 기업어음 발행기업들로부터 당좌예금계약상 이 사건 기업어음의 어음금 지급 외에 원천징수업무까지 명시적으로 위탁받은 바 없는 점, 원고 은행이 원천징수대상 소득인 이 사건 할인액 발생의 원인이 되는 이 사건 기업어음의 할인에 관여한 바 없고, 어음금 지급 위탁과 관련하여 발행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보아도 원천징수업무의 묵시적 위임 의사를 추단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 은행이 발행기업으로부터 이 사건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업무를 수권 또는 위임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은행은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에 따른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이 정한 원천징수의무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원고은행이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1항에서 정한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에 해당하여 위 규정에 따른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의 나머지 상고이유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제기된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고 은행이 자신의 채무이행으로서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법인세법 제73조 제1항은 내국법인에게 이자소득금액이나 배당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는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그 징수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등에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가 원천징수의무자이다. 한편, 법인세법은 원천징수의무를 대리하거나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인세법 제73조 제4항).

대상 판결은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에 따라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에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자’란 두 가지 사항, 즉, ①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해야 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② 원천징수업무(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를 수권 또는 위임받은 자라고 해석함으로써 원천징수의무의 대리 또는 위임의 의미를 처음으로 밝힌 판결이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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