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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세] 국세체납자 출국금지는 왜 악성민원이 되었나?

박영범 세무사l승인2018.05.11 08: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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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저희 사무실을 찾아온 고령의 체납자가 있었습니다. 1997년 IMF때 운영하던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서 고액체납자가 되었고, 20년이 지난 최근까지 압류된 건물이 공매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세가 체납되었고 또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이미 70세가 넘었고 사업부도의 충격으로 심장병이 발생하고, 노환으로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형편 이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체납관리를 맡은 관할 세무서에서는 잔여재산을 철저히 찾아내어 체납처분도 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2달에 한 번은 통원치료 받아야 하는 지경으로 해외 체류도 두 달 이상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외동딸이 홍콩에서 자수성가하여 손녀딸이 생기면서 친지 방문을 위하여 딸이 준 여비로 15일 정도 체류 왕복 항공편을 마련하여 인천공항으로 갔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사전 통보도 못 받은 출국금지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비행기 표만 날리고 돌아와 지금도 세무서에 항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국세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5천만 원 이상으로서 국세를 체납한 자 중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청 기준을 보면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국외로 이주하거나 최근 2년간 미화 5만 달러 상당액 이상을 국외로 송금하거나 미화 5만 달러 상당액 이상의 국외자산을 발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사람으로 되어 있습니다.

출국금지 해제 사유를 보면 체납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할 때로 국외건설계약 체결, 수출신용장 개설, 외국인과의 합작사업 계약 체결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가지고 출국하려는 경우와 국외에 거주하는 직계존비속이 사망하여 출국하려는 경우, 본인의 신병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출국금지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 출국금지를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할 때는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국세청 감사에서 이런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없이 금액 기준만 엄격하게 적용하여 5천만 원 이상인데도 출국금지 요청을 하지 않았거나 체납액이 5천만 원 미만으로 줄었는데도 출국금지 해제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세청은 감사원의 지적에 세무서장이 여권 및 출입국자료를 조회하여 출국금지 대상자가 여권을 발급받은 경우 출국금지 조사내역과 입증서류를 덧붙여 지방국세청장에게 출국금지 요청을 의뢰하도록 규정을 바꾸어 납세자에게 사전통지와 해명기회도 없이 무조건 출국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납세자는 이런 사실을 출국 공항에서 뒤늦게 알게 되어 세무서에 항의하는 일이 지금 일선에서 수없이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성민원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출국금지를 제대로 된 사전 통지 없이 불시에 하다 보니 국민은 출국금지가 마치 체납자에 대한 관허사업 제한과 같은 행정벌처럼 ‘체납했으니 고생 좀 해보라’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행정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출국금지는 그 국세 체납자가 출국을 이용하여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함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지, 단순히 출국을 기회로 해외로 도피하거나 시효기간 동안 귀국하지 아니하고 외국에 체재하여 그 시효기간을 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두3365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지 행정벌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는 ‘고액 체납자라 하더라도 재산을 해외로 유출할 우려가 없다면 출국금지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 출국금지 처분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인 만큼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중앙행정심판 결정. 국민권익위원회 20130403)’라고 되어 있어 재산의 해외유출 혐의가 구체적으로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출국금지는 감사원이나 국세청이 생각하는 것처럼 해외로 도망가면 체납처분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체납처분은 체납자의 국내외 소재 여부와 상관없이 계좌를 확인하고 수색하고 압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숨어있는 재산을 국외로 반출하거나 쓰는 과정에서 송금계좌 등 은닉재산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정당한 사유로 체납한 사실과 재산의 해외 은닉혐의도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사전 해명기회도 주지 않고 불시에 출국 금지를 시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일선 세무서에서 수많은 악성민원을 발생시키는 단순히 기계적인 금액 기준 출국금지 요청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전에 해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마도 고액체납자 공개제도와 같이 체납세액을 자진하여 납부하는 분위기도 생겨나는 착한 규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박영범 세무사  (sejung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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