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6월이다. 국세청엔 매년 6월과 12월이면 인사와 관련한 무수한 말들이 난무한다. ‘누가 나간다. 안 나간다. 버틸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럴리 없다. 마음을 비웠다더라. 선거가 끝나봐야 안다’는 등등의 말들이. 물론 전제는 이런 세간의 이야기에는 인사 대상 당사자들의 의사와 전혀 다르거나 또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 말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상황은 본인들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파되어지면서 국세청을 괴롭힌다.

국세청엔 공무원 정년보다 2년 앞당겨 퇴직하는 전통이 있다. 4급(세무서장)이상 간부들에게 적용되어온 오래된 조직의 관행이다. 명예퇴직(명퇴)이라고 부른다. 자신들도 선배들의 용퇴에 따라 4급으로 승진하였고, 또 세무서장 등 고위직으로 오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때가되면 두말없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래서 세무서장들의 경우 퇴직 후 세무사로 개업하기 좋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쯤은 문제삼지 않고 배려(인사상)했다. 여기까지는 세무서장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고위공무원단(과거 1~3급, 현재는 고공단 가‧나급)까지 올라가면 생각들이 달라지는 모양인지 종종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국세청에서 고공단 중 지휘권을 가지는 지방청장(1급, 2급)직에 오르면 대부분 1년 정도 근무한 후 후진들을 위해 용기있게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1급의 경우는 용퇴전통이 불문율처럼 이어져왔다. 국세청 차장은 특별한 권한 없이 청장을 보좌하는 자리이고, 청장의 유고시 국세청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등 정무적 차원에서 1년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왔지만 나머지 서울, 중부, 부산청장의 경우는 추상같이 적용되어져 왔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운용상 젊은 나이에 지방청장(2급)으로 발령을 받거나, (정권의)실세라고 불리는 경우엔 1급이라도 1년 이상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2급지 청장으로 재임한 후 본청 국장으로 컴백해도 뒷말이 나오지 않았으나, 1급 지방청장이 한번 더 1급지로 발령나거나 제때 물러나지 않을 경우는 뒷말이 무성했다. 전통을 무시했느니, 정권의 실세여서 역시 다르다는 등의 억측이 엉덩이에 종기 난 것처럼 얄궂게 퍼졌다.

실제로 오래전 A모 전 서울청장, 박근혜 정부에서 B모, C모 전 서울청장 등이 그랬다. 이중에는 당시 정권과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인물도 있었다. 그리고 뒷날 본청장 하마평에 올랐고, 또 본청장 자리에 앉을 뻔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본청장에 오르지 못했다. 후배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의 경우는 외부인 청장이 오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 세정가에서는 전통적 명퇴시점인 6월이 되면서 1급들의 거취에 대한 관심과 이런저런 말들이 곰비임비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두서없이 전파되는 이야기들은 술자리 안주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자칫 ‘(본)청장을 흔든다’는 이야기로 옮겨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가지 예를들어보자. 현재 국세청내 고공단가급중 누군가가 명퇴를 해야함에도 거취를 분명히 하지않고 ‘나 좀 더 하겠소’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내가 좀 더 있으면 (본)청장 할 사람인데 지금 나가면 되겠소’라고 하는 소리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세청에서 웬만한 강심장이거나 대통령과 독대하는 수준의 맨파워가 아니라면 솔직히 시도하기 어려운 제스처다. 이는 또한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명퇴’ 전통을 거스르겠다는 것이자 ‘나 본청장에 뜻 있소’라고 공표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중부청장을 지낸후 서울청장자리까지 꿰찬후 본청장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발짝 더 나가면 ‘본청장 당신이 빨리 나가시오’라고도 해석되면서 세간에서는 본청장을 흔드는 것으로도 전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지방선거이후 개각이 있을 것이고, 국세청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이는 누가봐도 ‘청장 흔들기’라고 밖에 볼수 없다.

예를들어 보았지만 혹여 이런 시나리오를 그럴 듯 하게 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애시당초 거두어들어야 할 것이며, 하루빨리 잠재워야한다. 사실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근거없이 전파된다면 국세청에 하등의 도움 될 일이 없다. 또한 이는 국세청장이 아닌 국세청을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런 일도 있었다. 정권말기 지방청장들의 명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공교롭게 대선시기와 맞물렸다. 그런데 본청에서는 12월이 아닌 좀 더 빨리 물러나주길 바랬다. 특정인을 배려하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잡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한 지방청장이 버티기에 들어갔고, 소란이 일기도 했다. ‘명퇴할 나이가 되지도 않았고, 지방청장으로 발령 받은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속으론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데 그것도 왜 일찍 나가라고 하느냐는 마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추상같은 본청장의 뜻에 따라 국세청 특유의 압박이 시작되었고, 그도 정권과 매우 가까웠으나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나 개인의 영달보다는 내가 수십 년간 몸담아온 조직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많은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매년 6월과 12월이면 세정가에는 이런 인사이야기들이 물밑에서 뜨겁게 이글거린다. 그런데 대개 이런 말들은 ‘누가 더 정권과 가깝다더라, 인재인데 아깝지 않느냐,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결심했다더라’는 등 대체로 국세청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거기엔 고삐풀린 ‘카더라통신’이 있고, 또 한몫한다. 6월과 12월이 되면 최소한 1급의 거취만큼이라도 그 진퇴를 속시원하게 예고하는 인사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고위공직자들이 좀 더 당당해 질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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