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감법시행령 개정 추진…차관회의, 국무회의 거치면 대통령이 공포

세무업계, 거래업체 외부감사시 업무량 증가 및 업역 침해
회계업계, 외부감사인 세무사가 추천해…업역 침해 ‘글쎄?’

중기중앙회, “중소기업 감사비용 부담…경영여건 더욱 악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관한법률전부 개정안’(이하 외부감사법)이 지난해 9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금융위원회가 후속 ‘외부감사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4월 12일 입법예고했다. 현재 이 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세무사회 등의 반발로 잠깐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의 대체적 전망은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세무사회가 반발하는 이유는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세무사들의 업역부문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어떤 타격이 있길래 세무사들은 이 개정안을 대놓고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세정일보가 세무사회가 반발하는 이유와 개정안의 내용, 그리고 회계사업계와 중소기업의 입장까지를 자세히 들어봤다.

◆ 외부회계감사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 7000개 늘어난다는데

외감법 시행령(안)은 모든 주식회사와 유한회사(현행 제외)를 외부감사 대상으로 하되 ①자산 ②부채 ③종업원 수 ④매출액(신설) 등 4개 중 3개에 해당할 경우 소규모 회사로 보아 외부감사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준을 조정했다. 현행 자산총액 120억원에서 100억원 미만으로, 부채총액은 70억원 이상에서 70억원 미만, 종업원 수는 300명 이상에서 100명 미만, 매출액(신설)은 100억원 미만으로 해서다. 이 중에서 3개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면 소기업으로 분류돼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얼핏 기준을 3개이상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외감이라는 무게가 덜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현행 기준에서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준으로 늘어나는 외부감사 대상기업은 종전 2만8900개에서 4200개(유한회사 3500개, 주식회사 700개)가 늘어나 15%가 확대되고, 여기에 경제성장 등에 따른 증가분(약 10%) 2800개 가량을 고려하면 약 7000개 기업이 추가로 확대(24% 증가)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장 큰 걱정을 하고 있는 곳은 한국세무사회다. 중소기업들이 외부감사대상에 대거 포함될 경우 자신들의 주고객인 중소기업들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나 회계사)에게 세무사들의 수입원인 세무조정 등 세무대리분야의 업무를 옮겨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과징금 부과액이 약 140배가 증가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중소기업들도 발등의 불로 감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개정된 외감법 적용시 최근 3년간 과징금 부과액이 약 140배가 증가한다는 의견을 지난해 10월 내놓은바 있다.

김 의원은 금융위로부터 받은 2015년부터 2017년 5월까지의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과징금 신설’ 자료를 분석한 결과, 회계 부정에 따른 과징금이 총 35건 87억원이었는데, 개정된 외감법 시행 후 회계분식 금액의 20% 이내에서 양형기준에 따라 금액 상한 없이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현재 양형기준에 준해 과징금을 재산정할 경우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위원회 자료에도 외감법 개정 후 1조2268억 2800만원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세무사업계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역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기장업체가 감사 대상이 되면, 업무량이 늘어나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다시 말해 받는 수수료는 그대로인데 업무량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한 세무사는 “그렇다고 이를 거절할 경우 거래처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이래저래 마음만 복잡하다”고 말했다.

◆ 세무업계는…“감사를 미끼로 세무대리업무 빼앗길 우려”

외감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일선 세무사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감사 대상이 확대되면 회계사들에게 다수의 조정업무 등 업역을 빼앗길 것이라는 의견과 업무량이 늘어 피곤해질 것이지만, 업역에 대한 영향을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수십년째 세무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외감법 시행령 개정으로 외감대상 기업이 늘어나면 감사를 담당한 회계사가 감사를 무기로 기장 및 세무조정 등 업무를 가져갈 공산이 커 세무사 업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세무사는 “기장대리를 하는 업체가 외부감사 대상이 되면 감사하는 기간동안 업무량이 늘어 피곤해진다”며 “회계사의 업역 침해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장대리를 맡고 있는 업체가 외부감사대상이 되면 대개 자기 회사의 세무대리업무를 맡기고 있는 세무사에게 감사인 추천을 의뢰하기도 한다”는 것.

그는 “회사에서 직접 감사인(회계사)을 선정하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세무사가 감사인을 소개할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세무사가 중간에서 중재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감사인의 선정을 세무사들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감법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세무사들의 업역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일선세무사의 생각은 회계사업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회계업계는…“대부분 세무사가 감사인 추천, 세무사업역 침해 없을 것”…“세무조정업무 가져올 소지는 충분”

회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외감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복수감사지정제 문제 외 이렇다 할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회계투명성을 위해 추진하는 것을 두고 자격사단체가 가타부타 의견을 밝히는 것은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기본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계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10년째 회계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회계사는 최근 세정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7년 회계사시험에 합격해 약 10년째 회계사 업무를 하면서 현재 기업을 대상으로 감사를 하고 있다. 외감법 시행령이 막상 시행되면 세무조정업무 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데,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세무사들이 감사인을 추천하기 때문에 세무조정 등 세무 업역을 가져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해당 기업에 대한 감사를 할 경우 감사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회계법인이 클 경우 다른 파트에서 업무(세무)를 가져올 수도 있고, 타 회계법인을 통해 업역을 침범할 수 있는 소지는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감사를 하는 기업에 대해 다른 업무를 못하도록 돼 있고, 우리 회계법인은 감사반에 소속돼 있어 감사업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무사회는 ‘야단법석’, “기업부담 증가, 수수료 감액 이어질 것”…“시행령, 외감법률 취지에 반한다”며 적극 대응

한국세무사회는 외감법 시행령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세무사회의 힘을 총동원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에 따른 세무업계의 피해를 그만큼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장 면담과 한국공인회계사회와의 협의 및 금융위원회 건의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무사회가 주장하는 핵심은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부담(규제)을 완화하겠다고 해놓고 외감범 시행령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크게 하는 것으로서 정책방향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입법 예고된 외부감사법 시행령은 외부감사 대상을 무차별 확대하는 한편, 2017년 외부감사법 개정 취지 및 위임명령을 위반하고 있다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부감사 대상범위를 축소(유지) △현행처럼 유한회사를 외부감사에서 제외 △추가된 매출액 기준을 상향 조정 등 세 가지를 바꾸어 달라고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나아가 세무사회는 “지난해 외부감사법의 개정 취지는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 감사업무의 품질 제고, 회사의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 등의 개선 등이었는데 느닷없이 시행령에서 중소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외감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당초 법률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 심의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회계개혁TF는 새롭게 추가된 ‘매출액’ 기준은 자산 등에 비해 매출액이 현저히 작은 경우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기준으로 입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지난 4월 12일 입법예고한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히려 7000개의 기업이 추가 확대(24% 증가)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와함께 세무사회는 법률개정에서 유한회사를 포함시킨 것은 정확한 재무정보 제공을 통해 이해관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큰 외국계 회사(구글, 페이스북 등)들이 외부감사에 따른 공시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외국계 유한회사에 한해 특별히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자 한 것이었는데도 불구, 시행령개정안은 유한회사를 주식회사와 동일하게 규정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행정입법의 내용이 법률의 목적 또는 취지를 위반하거나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로써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는 것.

◆ 중소기업중앙회, “회계,세무 목적 지출 증가, 중소기업 경영악화 부채질”…“매출, 부채총액 상향 조정, 유한회사 감사 단계적 도입해야”

세무사들의 반대 입장에는 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당위성보다는 솔직히 자신들의 업역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외감의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중소기업 대표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2017년 국세통계 자료를 토대로 시행령개정안대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약 4200개의 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으로 신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자재와 금리 등 비용 상승과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외감 대상 선정방식의 갑작스러운 변경 및 기준강화는 기업 부담이 가중돼 중소기업의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투자위축 또한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연간 1000~2000만원 정도의 외감수수료가 발생한다면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특히 “회계 선진국인 영국, 독일 등 국가는 외부감사 기준을 오히려 완화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평균 비율보다 낮은 현행 부채기준 개선과 매출 100억원 기준을 200억원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대규모 외국회사의 경우 과세관청, 근로자, 소비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있어 외부감사의 당위성은 있으나, 중소 유한회사의 경우 이해관계가 소수의 사원으로 한정돼 있어 외부감사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크지 않다”면서 “유한회사에 대한 외감 기준금액 또는 도입 시점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가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은 △자산총액 및 종업원 수 현행 유지 △부책총액 기준 폐지 또는 80억원 상향 △매출액 200억원 상향 △유한회사 외감대상 유예기간 두고 단계적 도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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