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지만, 취업제한심사를 통과한 공직자가 지난 3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 개정이 무색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외부인사 참여를 늘리는 등 취업제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30일 발간한 '정부 고위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제도 운영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2014∼2017년 취업제한 심사를 받은 전체 공직자 1천465명 중 93%(1천340명)가 취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취업제한 심사를 받은 퇴직공직자는 2014년 212명, 2015년 347명, 2016년 470명, 2017년 436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취업 승인을 받은 공직자 비율 역시 2014년 84%, 2015년 89%, 2016년 95%, 2017년 93%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 12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기관을 사기업뿐 아니라 공직 유관단체·사립대학 등으로 확대하고, 퇴직 후 취업제한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는데도 재취업을 허용받은 퇴직공직자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국가정보원과 한국은행을 퇴직하고 취업제한심사를 받은 공무원들은 100%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으며 경찰청은 99%, 대통령비서실(대통령실 포함)과 국세청은 97%가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았다.

아울러 2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재취업하려면 소속 '부서'가 아닌 '기관'을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 심사를 받도록 기준을 강화했으나, 취업승인심사를 통과한 공직자 중 고위직 비중이 2015년 36%, 2016년 60%, 2017년 72%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취업 제한 또는 취업 승인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취업한 퇴직공직자는 648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63%가 '생계형 취업', '자진 퇴직' 등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수 없도록 취업심사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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