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306건 적발로 '1위'…국방부 77건
과태료 등 처분 면제 작년까지 3.5배 증가

퇴직 공직자가 정부 승인 절차를 밟지 않고 유관기관에 취업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최근 들어 한 해에 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에는 이럴 경우 과태료나 해임 처분 등 제재가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중 3분의 2 가까이가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갔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구 갑)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공직자 취업 및 업무취급제한 위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유관기관에 승인 없이 취업한 퇴직 공직자는 모두 724명이었으며 이 중 63.1%(457명)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제18조(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및 취업승인)와 그 시행령 제32조 및 제35조 1항은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공직 유관단체 임원 등이 퇴직 후 3년 안에 퇴직 직전 5년간 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취업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취업 승인이 필요한 기관에는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인 민간 기업, 연간 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회계법인 또는 학교법인이 설립·경영하는 사립학교 등이 포함돼 있다. 해당 공직자가 퇴직전 새로 취업한 기관에 대해 인·허가, 심판·수사·감독 등의 업무를 맡았던 경우 등이 해당한다.

만약 퇴직 공직자가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여부의 확인을 요청하지 않고 취업한 경우는 1천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과태료 처분과 별개로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심사에서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부가 해임 요구를 할 수 있으며, 해임 요구에 불응할 경우 형사고발도 가능하다. 여기서 과태료 처분은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절차 위반'에 대해 부과하는 것으로, 과태료만 부과되고 해임 요청이 없었던 경우는 취업 자체는 부당하지 않다고 정부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공직자 취업 및 업무취급제한 위반자는 2013년 66명이었다가 지난해 230명으로 4년만에 3.5배로 증가했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2년 연속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적발된 건수는 아직 3건에 불과하지만, 이는 매년 6월과 12월 등 두 차례 실시하는 전수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적발된 건수만 반영된 것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12월께 결과가 나오는 상반기 전수조사 결과가 반영되면 수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임의취업이 적발된 퇴직 공직자가 가장 많았던 기관은 경찰청으로, 모두 306명이 적발돼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2013년 15명에서 작년 121명으로, 4년만에 8.1배로 증가했다.

경찰청 다음으로 위반자가 많은 기관은 국방부로, 전체의 10.2%인 74명이었다. 이어 국세청은 15명, 대통령실(경호실·비서실 포함)과 국토교통부는 각 9명, 교육부는 5명이었다.

그러나 임의취업이 적발된 퇴직 공직자 중 제재 처분을 받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었다.

전체 724명 중 63.1%인 457명은 가장 낮은 수위의 처분인 과태료조차 부과받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생계형 취업자나 적발 후 스스로 그만둔 사람들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기관별로는 경찰청에서 306명 중 90%가 넘는 276명이 과태료 면제를 받았다.

국방부는 77명 중 33명, 국세청은 44명 중 29명, 국민안전처는 31명 중 28명이 '면죄부'를 받았다.

과태료를 부과받은 퇴직 공직자 중 정부 심사 결과 취업 자체가 부적절한 것으로 판정된 사람은 2013년부터 총 26명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들 모두에 대해 해당 기관에 해임을 요청했으나 3명은 취업제한 예외 심사를 추가로 받은 후 취업이 승인됐고, 2명에 대해서는 정부의 해임요청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의 승인 없이 임의로 취업해 적발된 724건의 사례와 별개로 '퇴직 공직자의 업무취급 제한'을 위반해 적발된 사례도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6건이 있었다.

공직자 윤리법 제18조의2와 3, 제30조 및 시행령 제35조의3 등은 공직자가 재직 중 직접 처리한 각종 인·허가, 심사, 감사 등의 사안을 퇴직 후에 영원히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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