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뉴스 하나를 접했습니다. 세정일보 톱 뉴스였습니다. 한국세무사회가 `18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세무조사시 녹음권 신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유는 세무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막고 납세자의 권리보호 및 부작용(악용) 배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한층 강화한 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이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간 세무사들은 ‘납세자의 편’이라고 알고 있던 기자의 생각이 틀린 것인가 하면서 입니다. 기자의 사명에 충실한 세정일보 기자들의 평소 팩트 확인에 무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 더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세무사회의 건의내용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세무사회가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는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권 인정 신설 철회(국세기본법 제81조의 5 제2항)라는 제목으로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무사회는 그랬을까. 세무사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 봤습니다. ‘이거 사실인지요.’ “철회가 아닙니다. 도입을 유예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철회로 되어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아 그런가요”라면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납세자권익보호가 사명인 세무사회가 이런 건의서를 낸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기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이거 혹시 국세청에서 요청한 것입니까, 국세청에서 침 맞은 것인지요’라고 기자의 용어로 물어봤습니다. 이 관계자의 반응은 ‘NCND(시인도 부인도 않는)’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로는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살짝 여지를 남겼습니다. 국세청의 요청이 자신에게는 오지 않았지만 세무사회 측 어디에는 왔었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습니다. “세무사회가 건의서를 냈더니 기획재정부(세제실)에서도 ‘세무사회에서 왜 이것을 반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반응이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왜 세무사회가 이런 건의를 했을까? 라는 의문이 살짝 한꺼풀 벗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무사회가 납세자에게 유리한 개정안을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하는 것이 일반상식이라는 것도 반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세무조사시 녹음권 신설에 대해 국세청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있는 기자로서는 세무사회의 건의에 일견 수긍이 갔습니다. 국세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세무사회로서는 국세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테고(요청이 있었다면), 세무사회가 반대를 한다고 개정안이 쉽게 철회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세청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실리를 취하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기자의 취재가 걱정이 되었는지 세무사회 관계자가 곧바로 다시 전화를 해 왔습니다. “국세청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세무조사 현장에서 납세자나 조사요원이 모두 녹음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세무전문가인 세무사의 도움(조사조력)을 받을 수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세무조사 초기에 노련한 조사요원들이 몇 마디 물으면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말하는 등 납세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조사공무원이 녹취 후 차후에 활용할 경우 조사공무원보다는 납세자에게 불리한 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 즉 납세자 보호 차원에서 반대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설득을 얻으려면 세무사회의 건의 내용은 ‘녹음권 신설 반대(철회), 세무사가 의견진술 대리(세무사법 제2조5항)를 맡은 세무조사의 경우 녹음권 신설 찬성’이라고 했어야 맞다고 봅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여러 지인 세무사들이 전화를 해 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사실입니까. 세무사회가 왜 이런 건의를 했다고 합니까. 세무사들은 납세자보다는 국세청 편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꼴이 된 것 같습니다” 등등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세무사회에서 입을 꽉 다무니 국세청의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한 건의인지 세무사회가 자발적으로 한 것인지는 청문회를 할 수도 없고, 특검도 할 수도 없습니다. 한 가지 수확은 ‘세상 일이라는 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라는 교훈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는 세무사법 제1조의2(세무사의 사명)가 자꾸 머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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