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법률주의는 조세의 부과 ·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우리나라 헌법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38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59조)고 규정하여 이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조세의 부과·징수는 법률로 정하여야 할 것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뿐만 아니고, 세목과 대상 ·과세표준 ·납세의무자 등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대한 사항이 모두 포함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에게 법률제정권을 위임받은 국회는 조세의 부과·징수에 대하여 신중하게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합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하여 입법권을 행사하거나 정부의 예산안을 잘 짰는지 예산을 적절히 사용했는지 감사하고 행정부의 하는 일에 대하여 적절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정부가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서 내년 국세 수입 예산을 299조3천억 원이라고 합니다. 국세 수입 예산 증가율은 올해 세입예산 268조1천억 원에 견줘 11.6% 증가한 규모입니다. 여기에 올해 전체 초과 세수 규모는 20조 원가량 되니 정부는 내년에도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아주 당연하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어느 사이에 조세법률주의 근본 원칙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조세법률주의는 영국의 대헌장(1215년)에서 밝힌 ‘대표 없으면 과세 없다’는 주장을 기원으로 하여 조세가 통치자 마음대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예산안을 국회에서 심의하여 확정하고 그에 맞는 적정한 조세 부담을 정하였고, 그렇게 약속한 조세 부담을 납세자가 성실하게 납부하였다면 그보다 초과한 세금이 있다면 그 부담을 믿고 낸 국민에게 되돌려 주거나 감세하여야 합니다. 애초에 약속한 예산과 법령에 상관없이 초과한 세수를 선심성 정책으로 남용한다면 정부가 성실 납세자에게 한 약속을 어긴 것이고 나아가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잊어버린 정치 행위입니다.

국제적인 정치 역학과 경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있지만, 최근 아르헨티나 통화위기로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표한 재정 긴축안을 보면 19개 정부 부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수출세로 수입을 늘린다고 합니다. 모든 나라 재정의 원칙은 쓸 돈보다 많이 쓰지 않고, 작은 비용으로 정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자금의 흐름을 투자, 생산 증가, 부가가치 창출과 소득 증가와 분배가 적절히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 범위 내에서 여유를 가지고 창의적이고 시험적인 정책을 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생산과 부가가치 창출과 전혀 상관없고 급속도로 전산화와 빅데이터 등으로 대체되어 오히려 인원 감축이 가능한 공무원 수를 내년에 3만6천 명 증원한다고 합니다. 필자도 평생을 공직에 근무하였지만 매년 전산화로 수동 업무가 대체되기 때문에 상위직의 증가로 인한 불필요한 관리 감독업무 일만 만들지 않는다면 중요 업무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인원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인원을 더 감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청와대에서 당장 모든 부처의 인원을 10% 감축하라고 지시하면 모든 부처는 서로 앞장서서 감축을 할 수 있다고 나설 것입니다. 행정업무는 본래 생산적 연관업무가 아니므로 별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아직도 정부 부처는 빼야 할 군살이 곳곳에 있음을 필자는 경험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생산성과 투자와 효율은 없고 오직 소득 분배만 있는 정책에 수조 원의 혈세가 남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주택 부동산 급등에 대한 대책도 눈에 보이고 손쉬운 조세 행정을 집행하는 국세청을 앞세워 이익환수, 세무조사 등 끊임없이 거래를 막는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최근 부동산 정책과 같이 몇 달 만에 한때는 양도자를 중과하고 그 후에는 취득자의 자금 마련을 방해하더니 이제 보유자까지 보유세로 괴롭히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정책이 바로 실물경제를 선호하여 부동산에 몰려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습니다.

세금은 정부가 어디에 쓰겠다고 약속하여 납세자가 소중하게 낸 적정한 세금입니다. 원칙을 벗어난 검증되지 않은 혁신적인 경제 논리와 시험적인 정책에 함부로 써야할 돈이 아닙니다. 그리고 항상 정부는 경제적 위기를 대비하여 고정비를 최대로 줄여서 재정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생산 활동과 소득분배가 적절히 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공무원 증원, 각종 고정 지급형 복지재원 남발 등 선심성 정책으로 스스로가 위기 상황 시 대처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어떤 목적에 쓰겠다고 약속하고는 많이 받아낸 세금은 낸 사람에게 돌려줘야 마땅합니다. 돌려주기 어렵다면 다른 목적에 안 쓰겠다고 약속하고 앞으론 낮추어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납세자의 권리보호이고 조세법률주의 원칙입니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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