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부품 국산화하면 2천달러…현실적으로 불가능"

"당신은 아이폰을 지금 가격의 2배인 2천달러(약 220만원)에 살 의향이 있습니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에 대해 아이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한 것과 관련해 IT분야 유력 애널리스트인 팀 바자린이 유력 일간지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처럼 미국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른바 '아이폰 국산화 가능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 인쇄회로기판(PCB), 듀얼카메라 모듈 등은 모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다.

우선 아이폰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올 1분기 기준으로 37.0%에 달한 선두업체 삼성전자와 4위 점유율(9.8%)을 차지한 SK하이닉스에서 상당 부분 조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폰의 듀얼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에서 상당 부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삼성전기와 국내 중소업체들이 만드는 스마트폰용 PCB 등도 아이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이밖에 많은 부품은 노동자의 주당 급여가 100달러에 불과한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를 모두 미국산으로 전환할 경우 아이폰은 대당 최소 2천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산 부품 수입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애플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쉬운 해결책이 있다. 제품을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고 말했지만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플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지으면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국산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폰X의 출시가 당초 계획했던 9월에서 11월로 늦춰진 것도 올레드 패널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런 상황은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구글 등도 똑같이 겪는 것이라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내 일각에서는 애플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직업훈련에 투자하고 고사양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부품의 기술력에서 우리 기업이 앞서 있기 때문에 아이폰의 부품 국산화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미국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는 것이 우리 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 국산화'를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 [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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