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탈세 저지른 줄도 모르고 조사팀에게 전부 이야기했는데 녹음이 된다면”

전문위원, “세무공무원 권한남용금지 강제 vs 세법 모르는 납세자만 피해입을 것”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할 권리를 신설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공무원과 납세자에게 녹음할 권리를 부여해 ‘적법절차 준수’ 등을 통해 납세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법하지 못한 절차, 소위 조사공무원들의 ‘갑질’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코자 한 것. 그러나 국세청은 녹음권 신설에 ‘절대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선에서 조사팀장으로 근무 중인 한 국세공무원은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을 조사공무원에게 이야기한다. 본인이 탈세를 저지른 줄도 모르고 조사팀에게 전부 이야기했는데 녹음이 돼 자료로 남게 된다면 해당 탈세에 대해 또다른 조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증거가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 세무조사 대응팀을 고용하는 대기업 등은 녹음권을 반대로 악용할 수 있어 사실상 세법에 대해 잘 모르는 영세납세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권한남용 금지의 원칙 준수 의무 등이 보다 간접적으로 강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오히려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나 유사 입법례와는 별도로 문제점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내용에는 세무공무원과 납세자는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할 수 있고,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하려는 경우에는 사전에 납세자에게 알리고, 납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녹음이 종료된 이후 그 사본을 납세자에게 교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국세기본법에는 세무조사의 실시와 관련해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원칙 등과 관련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벌칙 등의 제재조항이 없고 포괄적으로 그 내용이 규정돼 있어 법 규정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권한남용 금지의 원칙 등이 보다 엄격히 준수될 수 있도록 세무조사 녹음권과 같은 보다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 세무조사 녹음권, “납세자 본인의 의사로 작성됐는지 효과적 입증 증거될 것”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세무조사 녹음권이 도입되는 경우 세무공무원의 적법절차의 원칙 및 권한남용 금지의 원칙 준수 의무 등이 보다 간접적으로 강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에게 위법․부당한 언행이나 요구 등을 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감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궁극적으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도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세무조사 녹음권이 도입되는 경우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의 위법․부당한 조사거부 및 진술번복 등의 행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녹음시스템을 도입한 서울시 다산콜센터의 경우 민원전화에 대한 녹음시스템을 도입하고 녹음 내용을 악성 민원인을 고소․고발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했는데, 이 후 악성 민원전화가 8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점을 참고해본다면 세무조사의 경우에도 녹음권을 도입해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납세자의 위법․부당한 조사거부 등의 행태가 발생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세무조사 녹음권의 도입은 국세행정의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세당국은 현재 납세자로부터 가공거래‧수입금액 누락 등에 관한 사실 확인서를 제출받아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확인서가 납세자 본인의 의사로 작성됐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세무조사 녹음권을 활용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세무조사 녹음권 이미 도입해 시행 중

세무조사 녹음권 도입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미 녹음권이 도입돼 시행중인 입법례 등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먼저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에 따른 질문ㆍ검사 등과 같은 행정조사의 경우에도 행정조사기본법에서 조사권 행사의 제한으로 조사과정에 대한 녹음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조사대상자와 조사원은 조사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녹음·녹화의 범위 등을 상호 협의한 후 행정조사의 과정을 녹음하거나 녹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조사대상자와 조사원이 녹음이나 녹화를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이를 당해 행정기관의 장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조사에 비해 침익적 성격이 강한 세무조사의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개정안과 같은 세무조사 녹음권 신설은 국민의 권익 보호 강화 차원에서 볼 때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것.

아울러 미국의 경우에도 내국세법(IRC)에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납세자의 녹음 권리를 이미 도입·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세금의 징수・결정과 관련해 세무공무원과 납세자가 직접 면담하는 경우, 세무공무원과 납세자 모두 사전에 녹음사실을 통지한 후 녹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납세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녹취록 또는 녹음사본의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증명서 또는 사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납세자 발언 불리한 증거로 작용…조사공무원 말실수 악용 가능성 있다

다만 세무조사 녹음권의 도입을 위해서는 긍적적 효과 및 유사 입법례와는 별도로 문제점 및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위원은 강조했다.

먼저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는 개정안위 취지와는 달리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하는 것이 오히려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세무공무원이 증거 수집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과정을 녹음하고자 하는 경우 녹음된 납세자의 일부 발언이 불복 절차 등에서 납세자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지속적인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의 녹음에 부담을 느껴 세무조사가 철저히 서면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 납세자의 서면자료 작성 부담 증가와 함께 효율적인 조사 진행이 어려워져 납세자의 세무조사기간이 연장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 녹음권 도입이 기본적으로 납세자의 권익 보호 강화라는 장점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장점을 상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종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무조사 녹음권 도입과 관련해서는 우선 세무조사 녹음권이 도입되더라도 성실납세자보다는 전문적인 대리인의 조력을 받는 악의적인 탈세자가 조사공무원의 말실수나 서투른 답변을 유도해 녹음권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고, 주요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파일이 공유 또는 유출되는 경우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조사 기법이나 과세정보가 공개되어 관련 정보가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는 등 각종 부작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권의 도입 여부 및 도입 시기 등과 관련된 논의는 위와 같은 입법취지, 입법 부작용 및 현행 제도 운영 상황 등을 감안해 녹음권 도입을 통한 실질적인 납세자 권익 강화 효과와 녹음권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 및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비교형량한 후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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