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조기결정’시스템 악용…세무공무원 108억원 탈루 가담
세무사·사무장, 납세자로부터 총 15.4억원 받아 세무브로커 역할

가장 많은 뒷돈받은 세무공무원, 올초 필리핀 도주…인터폴 수배
 

납세자로부터 15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아 세무공무원에게 교부하고 100억원이 넘는 양도세를 탈루한 전·현직세무공무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23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에서 세무사, 세무공무원 등이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한 세무비리 사건을 수사한 결과, 비리사범 총 21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뇌물을 받고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준 세무공무원 2명과 세금감면 알선명목으로 납세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세무사 3명, 사무장 9명 등 12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세무공무원과 사무장 등은 6명을 불구속 기소, 해외로 도주한 세무공무원 1명을 기소중지 처분했다고 밝혔다.

세무브로커들은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감면 조건으로 납세자들로부터 총 15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아 그 중 3억7500만원을 세무공무원들에게 뇌물로 교부하고 이를 통해 총 83건, 합계 108억원의 양도세를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납세자들에게는 탈루된 108억원에 가산세 48억원이 추가로 부과됐다.

검찰과 국세청은 수사과정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해 혐의를 밝혀낸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하고, 현재까지 탈루세액 86억원을 징수했으며 18억원에 대해 압류를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세무공무원인 A씨(7급)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양도소득세 감면에 대한 대가로 3000만원을 수수하고 양도세를 부정감면시켜줬으며, 세무공무원 B씨(7급)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관할을 만들기 위해 국세청 전산프로그램에 20건의 납세자들 주소지를 허위로 입력, 조기결정 대상인 것처럼 조기결정 란을 클릭하는 방법으로 총 27건의 허위 정보를 입력해 이들 모두 지난 5월 파면, 구속기소됐다.

특히 가장 많은 금액의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 C씨는 국세청 감사가 시작된 직후 올해 1월 필리핀으로 도주해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조기결정이란 출국을 앞둔 재외국민이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는 등 긴급히 양도세를 결정시킬 필요가 있을 경우 전산실에 입력해 일반배당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양도세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또한 F세무사 등 세무브로커 15명은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납세자들로부터 최소 800만원에서 최대 1억3000만원까지 총 15억4000만원을 수수, 그중 3억7500만원을 세무공무원에게 뇌물로 공여해 특가법(알선수재) 위반, 뇌물공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한편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해 말 감사에 착수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올해 2월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한 국세청은 조기결정 시스템으로 처리한 업무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2015년 국세청 전산시스템을 차세대시스템(NTIS)로 개선한 이후부터는 이같은 비리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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