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이현동에 DJ비자금 추적 지시한 적 없어…알아서 했던 것들”

김승연, “박윤준 통해 DJ비자금 관련된 미국수사상황 파악코자한 것”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DJ비자금 추적 협조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국정원이 국세청을 통해 미국수사 상황 정보를 얻기 위해 2012년 3월 하순경 국정원 가장체가수금에서 인출한 1억1500만원을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게 식당에서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김선일)의 심리로 열린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 2월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취임해 2009년 5월 대북공작국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 사업에 착수하고 2009년 말 방첩국 특명내사팀을 투입, 2010년 시애틀 정보관의 첩보지원이 시작됐으며, 2012년 말 사업을 종료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재미 협조자로부터 입수한 첩보를 DJ비자금 실체폭로 수단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국세청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인물을 증여세포탈 세무조사를 시킬 것을 요구하고 국세청의 해외정보원인 미국국세청(IRS) 직원을 활용해 미국 내 언론을 통해 공론화시켜 국내언론도 이를 보도하게 해 촉매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DJ비자금 추적 사업은 2012년 말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DJ비자금을 공론화할 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갑자기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최종흡 전 차장으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재미협조자의 첩보이야기를 보고 받은 적은 있으나, 단순하게 확인해보라고만 했을 뿐”이라며 “최 전 차장에게 이현동 당시 차장을 만나보라고 지시한 기억은 있으나, 이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DJ비자금을 추적하라며 만나라고 지시한 적은 없고”고 설명했다.

또한 “IRS 요원을 활용해 DJ비자금 관련 인물 수사 착수를 유도한 것도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당시 첩보는 DJ비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된다는 첩보이기 때문에 진위확인이 필요했을 뿐 김대중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한 것은 아니라는 것.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각종 ‘DJ비자금 표면화 추진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DJ비자금 관련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나지만 다른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에 없다”거나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원 전 원장은 “최 전 차장은 재미협조자의 동향만 보고했을 뿐 내사단계 중간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은 2010년 1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을 만나 접촉했고, 2011년 7월말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을 접촉해 대책협의가 됐다”고 지적하자, 원 전 원장은 “기억에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직원들은 매일같이 국회의원, 장차관을 만나기 때문에 따로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이 해외정보원과 밀고 당기기를 하던 중 30만불을 건네고 정보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김승연 전 국장이 국세청을 통해 미국 해외정보원을 만났고 돈을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돈을 얼마 주겠다고 보고하지는 않았다. 알아서 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이 증인으로 나와 2012년 3월말 경 식당에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을 만나 IRS요원 활동자금인 1억1500만원을 직접 건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박 전 국장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 자금이 IRS 요원에게 전달된 것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2년간이다.

김 전 국장은 “국세청을 활용해 얻으려했던 첩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 모씨 등 미국 내 인물들의 재산을 축적한 경위와 사용한 내역 등을 미국 당국에서 수사상황 정보(공소장)로, 국정원법상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포함되는 국외정보 수집에 해당하는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문제가 되는 세 사람이 비자금을 조성한 액수가 총 3억5500달러이며, 한 사람당 1억불이면 1000억원이 넘어가는 돈인데 그런 자금을 동원할만한 재력가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돈의 출처가 문제가 됐으니 유죄가 났고, 이는 불법적으로 건물을 취득했다는 것으로 즉 미국 내에 비자금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미 협조자로부터 입수한 정보 중 “미국 내 DJ비자금이 서부에 6억달러, 동부에 7억달러가 있으며, 그 중 1억달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씨가 운영하는 중국 북경 등 3개 회사를 거쳐 북한으로 송금되려한다는 첩보는 대북관련성이 있었다”며 DJ비자금 추적사업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2012년 대선과 관련해 정보를 수집한다는 취지로 박 전 차장에게 이야기한 적도 없으며, 2012년 1월초 박 전 차장을 만나 IRS 요원을 활용해 언론에 보도될 수 있도록 요청한 사실은 기억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사를 해서 잘 알지만 언론 활용은 불가능한 사안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한편 검찰은 “국정원 내부 ‘검토 및 조치계획’보고서에 ‘소문만 무성했던 데이비슨 재미 비자금 의혹은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데이비슨 폭로·촉매재로 기대된다’는 문건을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하고, 박 전 차장에게 언론보도 활용을 요청한 것은 DJ비자금 공론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김 전 국장은 이를 부인하며 “대선에 활용할 취지였다면 더 확실하고 좋은 자료도 많이 갖고 있었는데 그걸 활용했을 것이고, 데이비드슨 사업이 DJ비자금을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전 국장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가장사업체 운영지침 개정내용이 상위법인 국고금관리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12일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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