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규제에 이자 부담 가중…가격 조정 계속 이뤄질 듯
"다주택자 세금·이자 '이중' 부담…신혼부부 타격 가능성"

 

▲ 기준금리 인상…부동산 매수심리 '냉각'.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30일 부동산시장은 더욱 움츠러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모습.

한국은행이 30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부동산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고강도 규제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부동산시장에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더해지면 한동안 매수세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세금과 대출 규제로 수요자의 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전반적으로 과열됐던 시장이 진정되며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숨 고르던' 부동산시장 하락 전환

올해 여름 이상과열 현상을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9·13대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면서 상승 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하락으로 전환하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정부가 유주택자의 대출을 조이고 세 부담을 올리자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하나둘 매물이 나왔지만,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요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떨어졌다. 3주 연속 하락세이자 지난주의 -0.02%보다 2.5배 확대된 수치다.

특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4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일제히 전주보다 하락했다.

호가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내린 급매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6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는 지난 9월 최고 18억5천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약 5천만원, 잠실동 주공5단지와 엘스는 1천만∼1억원 하락했다.

강남 11개 구의 매매가 변동률은 11월 셋째 주 -0.05%에서 -0.07%로 하락 폭이 커졌다.

강북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북 14개 구는 0.01%에서 -0.01%로 하락 전환했다.

강북 14개 구가 하락한 것은 2017년 8월 넷째 주 -0.02% 이후 64주 만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게 얼마 만인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경우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지금도 규제지역은 다주택자의 대출이 완전히 봉쇄된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은 부동산 거래를 더욱 제한하고 가격 상승을 둔화시키거나 일부 지역 주택의 가격을 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단행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그리고 3기 신도시 공급 등이 겹치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늘어나는 지역은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대출 비중 높은 신혼부부 우려…인기 지역 분양 쏠림 심화"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만큼 대출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다.

지난 1년간 기준금리가 동결된 와중에도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슬금슬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금리 인상을 계기로 코픽스가 한 단계 점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자 부담이 늘면 주택구매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한 가구는 자칫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직 자산이 적은 신혼부부의 경우 대출 의존도가 높아서 취약할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으로 보면 중소형 주택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함 랩장은 "하우스푸어는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발생해야 나타나는 문제"라면서 "아직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니 미분양률이 높지 않아서 금리 인상만으로 한계상황에 부닥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다주택자는 내년 인상된 보유세가 나오면 이자와 함께 이중부담이 되기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으로서는 금리 인상이 악재이긴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전에도 (대출금리가) 상당 부분 올랐기 때문에 아주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은 당분간 보합세이거나 일부 급등지역을 중심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분양은 여전히 치열하겠다고 봤다.

실제로 이달 초 분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리더스원'은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데도 평균 경쟁률이 41.69대 1에 달했다.

박 위원은 "수요자의 심리가 냉각된 가운데 일부 인기 지역 분양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차별적 양상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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