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변호사보다 세무사가 세법에 대한 전문성 인정돼”
2018 “세법 해석·적용, 세무사보다 변호사에게 인정된다”

 

10년 전 헌법재판소는 세무사와 변호사가 전문지식에 있어 많은 차이가 난다고 인정했다. 세무사가 변호사보다 세무회계 등 세법에 대한 심도 있는 전문성이 있다는 것. 반면 10년 후인 2018년 헌법재판소는 세법에 대한 해석·적용이 변호사에게 더 인정된다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세무사시험이나 변호사 시험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그랬다. 10년 만에 바뀐 헌법재판소의 결정,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2008년 5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의 세무사 명칭사용 금지에 대한 위헌청구를 재판관 6(합헌):3(위헌)의 의견으로 기각(2007헌마248)했고, 10년 후인 2018년 4월 26일에는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금지에 재판관 6(위헌):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가19)을 내렸다.

◆ 변호사에게 ‘덤’이던 세무사자격, 자격 논란 왜?

세무사와 변호사 간 세무전문성 논란은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세무사제도가 생긴 지 반백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세무사자격에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 외에도 변호사, 회계사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해오면서 세무사들은 1명칭1자격의 온전한 자격사가 아니었기에 변호사 등에게 부여되던 자동자격 폐지를 위해 힘써왔다.

그리고 하나둘 자동자격이 폐지되면서 단 하나, 변호사에 대한 자동자격 조항만 남은 상태였고 이를 없애기 위해 세무사업계는 국회와 정부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동분서주한 결과 의원입법으로 2003년부터 말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를 금지하고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명칭 사용금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이뤄냈다.

당초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 중 법제사법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법안이 수정을 거듭해 자동자격부여 폐지가 아닌, ‘명칭사용 금지’로 바뀌었다.

이렇듯 당시 법안은 ‘기형아’로 변질되면서 변호사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빌미를 안겼다. 박모 변호사가 세무사등록을 한 자만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무사법 제20조 제2항이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 2008년 당시 헌재 사건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세무사와 변호사는 그 자격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세무사자격시험에서는 법률과목보다 회계학, 재정학, 세무회계 등 비법률과목의 비중이 더 크고 세법에 대한 심도 있는 전문성이 강조되는 반면, 사법시험에서는 조세실무과목이 전혀 없고 조세법마저도 1차시험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다.” “적어도 세무대리업무 중 실무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사법시험이 세무사자격시험의 전문성을 포섭하거나 이를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그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 변호사보다 세무사가 세무대리업무에 있어서는 더욱 전문가임을 인정하면서 변호사의 세무사명칭 사용금지에 대한 위헌청구를 기각한 것.

그러나 당시 위헌(소수)의견을 냈던 3명의 재판관은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와 세무사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 간에 업무능력 및 자질 면에서 격차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설사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 자격에 걸맞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세무과목에 대한 연수나 교육을 제공하는 등 법에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조화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18년 헌재, 세법 해석‧적용은 세무사보다 변호사에게 전문성에 높은 평가

그러나 10년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동일한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업역간 전문성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또한 10년 전부터 이어진 변호사와 세무사간 자격문제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는 상황이다.

위헌심판을 청구한 정모 변호사는 2004년 사시46회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세무대리업무를 하던 중 국세청에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다가 신청반려처분을 받았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에 처분취소소송을 냈고 패소판결을 받자 고등법원에 항소하던 중 고법이 이 사건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면서 공은 헌재로 넘어갔고, 2018년 4월 최종 헌재는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8년 헌재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며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한 것은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결정했다.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전면 금지한 법률로 보면서 납세자가 필요로 하는 세무대리업무에 대해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납세자 권익보호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2008년과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게 됐다. 법의 정신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대폭 향상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 합헌의견을 냈던 3명의 재판관의 의견을 살피면 법해석이라는 것도 솔직히 ‘조삼모사’라는 생각으로 밖에 들지 않는다.

당시의 합헌(소수)의견은 세무대리업무 중 세무조정업무와 같이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회계지식이 필요하나, 자격취득에 필요한 시험의 과목 등을 고려할 때 변호사가 세무사와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에 수긍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세법교육을 받은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같은 업무 권한을 주는 방안 등은 세무사 자격시험과 같은 정도의 운영의 투명성이나 결과의 정합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2008년 헌재에 낸 의견서 내용의 의미와 같다. 당시 기재부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들이 대량 배출됨에 따라 부실한 세무대리를 방지하고 세무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세무사 명칭의 사용을 전문적인 세무사자격시험의 합격자로 한정한 것”이라며 “변호사와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는 세무업무에 관한 전문성, 자질, 능력 면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세무사 명칭 사용 여부에 관해 양자를 달리 규율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추상같은 헌재의 2018년 결정에 따라 올해 세법개정안에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조정 등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2008년 헌재에 냈던 의견처럼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중 법률사무와 관련이 없고 회계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장부작성 대리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는 제외했다.

하지만 고매한 헌재의 판단에 힘입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 등은 개정안에 이들 업무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기재부는 한발 물러섰다.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중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하겠다고 정리했다. 12월 3일 현재 정부안은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며, 업역간 갈등 문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들어 사법농단에 대한 적폐청산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속속드러나는 ‘사법농단’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10년 만에 달라진 헌재의 판단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세무사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