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연초가되면 국세청은 어김없이 인사(人事)를 한다. 고위직에서부터 최하위직인 9급까지. 국세청은 그 중에서 지난 24일 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한 고위직(고공단)과 세무서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무려 120여명이 새로 임명되거나 자리를 옮겼다. 이어서 국세청은 새해 연초에 사무관(5급)과 6급이하 직원들 인사를 차례로 단행할 것이다.

우선 24일 단행된 지방국세청장 등 고위직 인사를 보면서 ‘참 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부국세청장과 대전‧대구지방국세청장이 새로 임명되었고, 순차적으로 국세청 본청과 지방청 국‧과장들의 얼굴이 다수 바뀌었다.

무엇보다 기자의 눈에 띈 것은 국세청 인사자료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어제(26일) 퇴임식을 가진 그리고 이달 말로 물러나는 세무서장들이다. 지방국세청장 3명, 세무서장 20여 명이 수십년간 몸 담았던 국세청을 떠나면서 너무나 조용히 조직의 오래된 관습에 수긍하고 ‘아름다운 퇴직’을 한다는 점이다.

국세청공무원은 물론 대한민국 공직자들은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국세청 간부들(서기관 이상)은 정년을 2년 앞두고는 무조건 퇴직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철밥통 공직을 정년을 2년이나 남기고 스스로 사직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하나 이 관행에 토달지 않고 순순히 퇴직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경의를 표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 경의는 예전에 그렇게 했던 선배들보다 너무나 쿨한 지금 세대들에게 보내는 경의가 더 크다.

과거 선배들의 경우 자신의 차례(명퇴)가 되었음에도 몇 개월 더 공직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잔머리를 동원하여 인사권자를 농락하는가 하면,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게 다반사였다. 또 인사권자는 그를 내보내기 위해 서슬퍼런 감찰을 동원해 뒷조사를 하는 등 ‘난리’를 피우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실상을 가까이에서 목도해온 기자는 최근 들어서는 그런 구태는 커녕 때가되면 운명이겠거니 두말없이 퇴직을 결심하고 표표히 떠나는 지방청장들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멋지다'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에 두말없이 퇴직을 결심한 김용준 중부국세청장은 1964년생이다. 정년보다 2년 먼저 퇴직하는 국세청의 명퇴 관행을 적용해도 무려 4년이나 남았고, 양병수 대전청장은 1965년생, 박만성 대구청장은 1963년생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과거 선배들처럼 ‘아직 나이가 있는데 좀 더 하겠소! 한번만 봐 주세요’라며 애걸하는 모습은 커녕 말 그대로 쿨하게 옷을 벗었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은 심쿵한 마음보다는 ‘참 보기좋다. 멋지다’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그 자리가 군림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해 무한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고, 또 그렇게 후회 없이 봉사했기에 아름다운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BRAVO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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