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홍콩에 설립된 OO HK, OO International(이하 홍콩법인’이라 한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이하 ‘BVI’라 한다)에 설립된 OO Quarter, OO Capital 명의 계좌에 ‘판매․검사 수수료’ 또는 ‘감사료’ 명목으로 2001년경부터 2002년경까지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송금하였다.

나. 당시 원고가 OO Quarter의 주식을 모두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OO Capital의 모든 주식은 BVI에 설립된 Leadway OO(이하 ‘Leadway’라 한다)이, Leadway의 모든 주식은 역시 BVI에 설립된 Rockwealth OO(이하 ‘Rockwealth’라 한다)이, Rockwealth의 모든 주식은 원고가 소유하고 있었다.

다. 원고는 OO Quarter와 OO Capital 명의 계좌의 인출서명권을 보유하였다. OO Quarter와 OO Capital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출금․관리하는 데 원고의 서명 이외에 위 회사들 내부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고, 그와 관련한 법적인 신고의무도 없었다. 원고는 위 돈을 출금․관리하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라. OO Quarter, OO Capital, Leadway, Rockwealth 등의 소재지로 등록되어 있는 장소에서는 어떠한 영업행위나 의사결정 등 경영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 각 법인의 운영이나 중요 의사결정에서 이사회나 주주총회 또는 이와 유사한 경영진 회의 등이 개최된 적이 없고, 원고만이 위 회사들 명의로 하는 투자 의사결정을 하였다.

마. 원고는 세무조사 당시 ‘홍콩법인이 OO Quarter와 OO Capital에 송금한 돈은 원고에게 귀속되는 소득이며, 위 회사들과 Leadway, Rockwealth는 원고의 사업, 재산, 은행계좌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법인이다. 위 회사들은 회계기록을 하거나 재무제표를 작성한 적이 없고, 공인 외부감사 의무, 세무신고 의무가 없어 이를 이행한 적도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기지회사를 이용한 경우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여부 및 사외유출된 소득의 소득구분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두128 판결)

가. 기지회사를 이용한 경우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여부

(1)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실질과세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 과세대상에 관하여 그 귀속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에 따라 귀속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지 않고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을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 귀속명의자는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 회피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람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실질과세 원칙은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원천지국인 우리나라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조세조약상 혜택을 받는 나라에 명목회사를 설립하여 법인 형식만을 이용하는 국제거래뿐만 아니라,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거주지국인 우리나라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소득세를 비과세하거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조세피난처에 사업활동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외형뿐인 이른바 ‘기지회사(base company)’를 설립하고 법인 형식만을 이용함으로써 실질적 지배․관리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소득을 부당하게 유보해 두는 국제거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두33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홍콩법인이 OO Quarter, OO Capital 명의 계좌에 ‘판매․검사 수수료’ 또는 ‘감사료’ 명목으로 2001년경부터 2002년경까지 송금한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돈은 OO Quarter나 OO Capital이 아니라 그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따르면, 원고가 우리나라의 거주자가 된 다음에도 계속해서 홍콩법인으로부터 위 수수료 명목의 돈을 원고 자신이 지배․관리하는 OO Quarter와 OO Capital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것은 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4)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2001년경부터 2002년경까지 위와 같이 송금된 돈의 귀속 명의자인 OO Quarter, OO Capital은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원고가 위 법인들에 대한 지배권을 통하여 위 돈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였으며, 이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는 국내에서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 돈은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유가 모순되거나 실질과세 원칙, 소득 귀속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배당소득 해당 여부

(1) 법인의 출자자가 사외유출된 법인의 소득을 확정적으로 자신에게 귀속시켰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소득은 주주총회 결의 여부, 배당가능이익의 존부, 출자비율에 따라 지급된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출자자에 대한 배당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두1059, 1066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게 귀속된 돈은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1항 제6호가 정한 ‘외국법인으로부터 받는 이익이나 잉여금의 배당 또는 분배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원고는 홍콩법인의 모든 주식을 자기 또는 타인 명의로 실제 소유하여, 홍콩법인의 실질적인 1인 주주였다.

(나) 원고는 홍콩법인 실제 매출액의 0.2% - 0.3%, 매입액의 0.6% - 0.9%에 해당하는 금액의 합계액만을 수출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홍콩 과세관청에 신고하고, 나머지 매출액 중 11%를 ‘판매․검사 수수료’ 명목으로, 4%를 ‘감사료’ 명목으로 원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OO Quarter, OO Capital 명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다) 홍콩법인과 OO Quarter, OOl Captital 사이에는 위 수수료 등 명목의 돈을 주고받을 만한 거래 관계가 없고, 홍콩법인이 OO Quarter, OO Capital에 위 돈의 반환을 요청하거나, 실제로 위 돈이 홍콩법인으로 반환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위 돈이 홍콩법인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었다는 자료도 없다.

(3)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당소득의 과세대상에 관한 조세법률주의, 소득세법상 소득 열거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실질귀속자 관련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처음으로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그와 갈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법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당해 주식이나 지분은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고, 이와 같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실질귀속자 판단기준은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기지회사와 관련한 판결로는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두335 판결,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두25399 판결,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4도9026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나. 사외유출된 소득의 귀속 여부와 소득구분

헌법재판소 1995. 11. 30. 선고 94헌바14 결정 및 같은 날 선고 93헌바32 결정은, ‘구 법인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고 한다) 제32조 제5항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본적 사항에 해당하는 소득처분에 관련된 과세 요건을 정함에 있어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함이 없이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전적으로 일임함으로써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 규정을 위반하였으므로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구법 시행령(1994. 12. 31. 대통령령 제144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94조의2 제1항은 과세대상인 소득의 종류와 납세의무자를 의제하는 규정(소득처분)으로서 법률의 구체적ㆍ개별적 수권을 필요로 하는 위임명령에 해당하고, 구법 제32조 제5항 이외에 소득세법 등 다른 법령에서 위 시행령 규정에 대한 위임근거를 찾아 볼 수도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구법 제32조 제5항의 효력이 상실되었음은 물론이고, 그 규정의 위임에 따라 마련된 구 시행령 제94조의2 규정 또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8796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소득처분의 근거규정이 모두 무효로 된 상황에서 대법원은 사외유출 소득에 대한 과세처분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법리를 구성했다. 즉, 대법원은 ‘과세처분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정당한 세액의 객관적 존부이므로 과세관청으로서는 소송도중이라도 사실심변론종결시까지는 당해 처분에서 인정한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거나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그 사유를 교환ㆍ변경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처분 당시의 자료만에 의하여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거나 처분사유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당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 당원 1997. 5. 16. 선고 96누8796 판결 등 참조), 구 소득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2조 제1항, 제143조에 의하면 국내에서 거주자나 비거주자에게 배당소득금액, 갑종에 속하는 근로소득금액, 기타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는 그 자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그 징수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 10일까지 납부하여야 하므로, 시행령 제94조의2에 근거하여 위와 같이 소득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의제하는 소득처분과는 별도로 과세관청으로서는 대표이사에 대한 소득의 현실적 귀속 및 소득의 종류를 주장ㆍ입증하여 소득세법에 따라 그 법인으로부터 원천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누2429 판결 등).

이와 같은 입장에서 대법원은, ‘사외유출된 소득이 출자자 등에게 현실로 귀속되었는지 여부와 현실귀속된 소득이 어떠한 종류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심증에 의하여 판단될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간접사실에 의한 추인의 여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고(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누2429 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두1059 판결 등 참조), ‘법인의 수익이 사외유출되어 대표자의 소득으로 귀속된 경우 그 소득이 소득세법상 어떠한 종류의 소득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지급자 및 귀속자의 의사, 귀속자와 법인 사이의 기본적 법률관계, 소득금액, 소득의 귀속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될 문제로서 간접사실에 의한 추인의 여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법인의 대표이사가 그 지위에서 자신에 대한 가공가수금의 변제 등으로 법인의 수익을 사외유출시켜 대표이사 자신에게 확정적으로 귀속시켰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소득은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 내지 이와 유사한 임시적 급여로서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4456 판결).

위와 같이 대법원은 사외유출 소득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구 법인세법상 소득처분에 관한 규정이 무효로 되자, 사외유출된 소득 중 현실적으로 대표이사에게 귀속된 소득에 대한 과세처분을 유지하려는 입장에서 이를 근로소득으로 보았던 것이다. 대상 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두1059, 1066 판결도 동일한 취지에서 나온 판결로 보인다.

그러나 과세대상에 대하여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는 소득세법하에서 소득구분을 대상 판결과 같이 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현행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9호는 배당소득의 하나로 “제1호부터 제5호까지, 제5호의2, 제6호 및 제7호에 따른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수익분배의 성격이 있는 것”을 열거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해당되는 소득이라면 배당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횡령과 같은 범죄수익은 수익분배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26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한 과세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의 기타소득으로 열거된 범죄수익은 제23호의 뇌물, 제24호의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는 금품에 한정된다. 대상 판결은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출자자에게 귀속되었다는 이유로 배당소득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이러한 해석은 문제가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면 입법을 통하여 과세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사)한국조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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