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의 연골세포 치료제 알고 보니 신장세포로 둔갑
더 심각한 것은 ‘인체유해’ 알면서도 환자에 투여

국민생명경시 한 K바이오기업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제2의 황우석 사태’ 후폭풍…글로벌 신인도 훼손 심각

▲ 정영철 대기자

한국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 코오롱생명과학이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우롱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흉악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충격과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를 연골세포로 만들었다고 신고해 놓고 실제 검사결과 종양(암)을 발생시키는 신장세포를 혼합한 것이 들통이 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신장세포를 인체치료제로 사용한 나라는 아직 없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2액이 허가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 따라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임이 밝혀져 제품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허위자료를 이유로 의약품 허가가 취소된 사례는 처음이다.

식약처는 허가 취소 사유에 대한 상세설명에서 “인보사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검사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체 재현한 PCR 검사 모두 신장유래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인 개그(gag)와 폴(pol)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코오롱생명측이 이같은 검사결과를 알면서도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는 비도덕적인 양심이다. 식약처는 의약품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3월 제2액이 신장세포임을 파악한 뒤 인보사의 허가(2017년 7월12일) 다음날인 13일 e메일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에 통보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3월에서야 세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거짓말임이 입증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거짓말은 이것뿐만 아니라 미국현지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도 입증됐다.

2016년 4월 미국에서 진행된 추가분석결과 제2액에 삽입된 신장세포의 유전자 개수와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명국장은 “유전자 치료제에서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 품질과 일관성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다. 그리고 PCR검사는 신기술이 아닌 만큼 개발당시 검중과정에서 결정적 지표인 두 유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엉터리 검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장세포가 함유된 의약품을 연골세포로 둔갑시켜 장사를 해온 것이다. 과욕이 부른 참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년동안 바이오신약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신약개발을 못했다. 투자에 따른 본전 생각이 지나쳐 과욕을 부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신장세포는 종양(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연구용으로는 사용되지만 치료목적으로는 아직 사용된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인보사는 2017년 식약처로부터 의약품 허가를 득하면서 세계최초의 골관절염 치료제로 인정 받았다. 국민기업 코오롱그룹이라는 신뢰와 함께 약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무릎 한쪽 주사에 드는 비용이 700만원에 이른다. 약값이 비싼 만큼 환자들의 배신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2017년부터 판매된 인보사는 지금까지 국내 투약자는 3천7백여 명에 이른다. 투여환자 중 244명이 이미 집단소송에 나섰다. 소송청구액은 수백원대로 평가되고 있다.

‘제2의 황우석 사태’로 확산되고 있는 인보사 제품 허가취소는 국내 문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신뢰실추와 함께 바이오 의약품 글로벌 진출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최대 주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 우리국민을 먹여 살릴 3대 핵심 산업으로 바이오헬스‧시스템 반도체‧미래자동차를 꼽았다. 바이오의약품 허가취소 역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인보사 제품 허가취소로 인해 글로벌 신인도 타격이 크게 우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로 바이오 주식이 맥을 못 추고 있는 판국에 인보사 허가취소는 주식시장에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8일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거래를 중지시킨데 이어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연구비로 지원한 134억원에 대한 환수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소액투자자(5만9000명)들도 코오롱생명과학 및 코오롱티슈진의 주가 폭락(반에 반토막)에 따른 손해보상 청구소송도 벼르고 있다. 28일 현재 티슈진의 주가는 시총 3조원에서 565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소액투자들의 가슴앓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 주고 있다.

투약환자 300여명도 손해배상청구 및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판매중지에 이어 서둘러 회사대표 등 관계자를 형사고발했다. 코오롱그룹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제약제조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가는데 잠시도 소홀함이 없어야하고 책임 또한 막중하다. 그런데도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돈 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가짜 연골세포치료약을 진짜 인 것처럼 판매해 왔다. 그 최후의 쓴맛이 어떤 것인지 리얼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검찰조사에서 코오롱생명과학 및 티슈진 경영진의 여죄가 밝혀지겠지만 문제를 알고도 숨겨왔다면 천인공로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미래산업이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 등 핵심전략사업에 4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되새겨 봐야한다. 이번 사건이 전체 제약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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