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총액운임표시제 대부분 어겨…국토부 '수수방관'
특가란 말 뒤에 숨은 꼼수 마케팅 여전…LCC 출혈마케팅 이유는?

지난달 14일 한 포털사이트 인기 실시간 검색어에는 '제주항공 중대발표'라는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제주항공은 카카오톡으로 고객에게 '지금 제주항공 중대발표를 검색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항공업계에 굵직한 뉴스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고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하지만 중대발표 실체는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권을 요일 상관없이 1만원부터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4월에는 티웨이항공이 대구공항 취항 5주년을 맞아 국제선 항공권을 5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이목이 쏠렸다.

과거 5만원에서 시작한 특가 국제선 항공권은 만원은 기본이고 500원, 공짜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선 수송분담률 30%에 육박하며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법을 위반한 꼼수 마케팅도 활개를 친다.

500원 항공권, 만원 항공권 등 항공사들이 초특가 항공권을 광고하며 쓰는 가격은 대부분 기본운임만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총액운임 표시제를 위반한 것이다.

총액운임 표시제는 항공사가 항공권을 판매하거나 광고할 때 기본운임 외에 유류할증료, 공항시설이용료 등을 합산한 총액운임을 표시해야 하는 제도로 2014년부터 의무화했다.

대부분 항공사가 기본운임을 광고 헤드라인으로 사용한 뒤 편도 총액은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데 이 또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소지가 있어 금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항공 지방출발 찜 프로모션은 편도 총액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총액운임 표시제 취지로 봤을 때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500원 항공권은 명백히 법 위반 사안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 부산 등 지방 주요공항은 LCC 초특가 마케팅이 펼쳐지는 최대 격전지다.

매달 수십 개 이벤트성 특가항공권이 쏟아진다.

항공사가 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출혈 마케팅 전쟁을 펼치는 이유는 특가항공권 마케팅이 지방항공에서 LCC 생존전략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방공항의 경우 비수기 때 좌석 예약률이 낮은 노선이 많은데 좌석을 비운 채 비행기를 띄울 바에는 초특가 항공권으로라도 승객을 가득 태우고 출발하는 게 낫다.

대부분 모든 LCC가 특가항공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조금 더 자극적인 문구와 가격을 선보여야 이목을 집중되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광고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특가항공권이 출혈마케팅으로 불리지만 얻는 것에 비교해 손실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전체 좌석 중 10% 내외만 특가로 판매되는데 이로 인해 항공사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홍보 효과는 톡톡히 누리기 때문이다.

특가항공권 취소수수료가 편도 4만∼6만원임을 고려하면 항공사들이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LCC 영업이익을 분석해보면 취소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특가항공권의 경우 위탁 수화물 서비스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화물 가격을 더 하면 실제 항공료는 더 비싸져 소비자원에 관련 피해 신고도 끊이지 않는다.

내년 신규 LCC 3곳이 본격적으로 운항을 시작하면 LCC 초특가 항공권 마케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서도 과열된 상황을 우려하며 자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져 10만원, 5만원 항공권은 이제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에 적자를 감수하고서도 더 파격적인 가격을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가항공권이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지만, 항공업계는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과대·과장 광고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LCC 초특가 항공권 마케팅 전쟁은 갈수록 과열되는 양상인데 관리 감독기관인 국토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총액운임 표시제 위반으로 적발한 사례는 총 1건에 불과하다.

올해도 2건에 그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바뀐 마케팅 담당자들이 총액운임 표시제를 인지 못 하고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총액운임 표시제를 위반하지 못하도록 재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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