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히 통과할 것이다. 지난 2003년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후 한번도 임명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용섭, 이주성, 전군표, 한상률, 백용호, 이현동, 김덕중, 임환수, 한승희 씨 등 국회의 칼날 같은 청문회장에 섰지만 별탈없이 임명되었다. 김현준 내정자 역시 두채의 아파트 중 한 채를 팔아치우는 등 물샐틈없는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일부 왈가왈부 할 수도 있겠지만 무난히 임명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런데 김 내정자가 새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이후가 걱정이다. 언론인으로서 그가 ‘잘한다. 훌륭하다’ 이런 말을 잘 못하는 것이 운명이어서인지 왠지 그가 취임한 후 전개될 국세청장으로서의 길이 어떨지에 걱정이 앞선다. 그가 이전 청장들보다 덜 훌륭해서도 아니고, 학벌이 낮아서도가 아니다. 상황 때문이다. 그 상황은 경기상황이다. 국세청이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예산(세수)의 확보다. 물론 이 예산을 국세청에서 많고 적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초적 책임은 없다 해도 그래도 국세청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4년간 쭉 세수를 다 채우지 못하는 소위 ‘세수펑크’ 상황이 벌어졌다. 국세청장들은 면목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6년부터 3년 연속 ‘세수풍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당초 편성한 예산보다 더 많이 거둬들인 것. 박근혜 정부들어 난리를 피운 지하경제양성화 정책, 성실납세확인제도의 본격 시행 등 여러 가지 세원투명화와 탈세방지 대책 등으로 세수 환경이 밝아졌기 때문이라는 세정측면에서의 분석들이 나왔다.

하지만 세수의 안정적 확보는 무엇보다 경기가 좋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지금 경기가 ‘최악’이라고 한다. 즉 세수가 좋아질 구석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걱정이 나온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아마도 돈 많은 대기업들을 옥죌 것이고, 또 세무조사를 강화해 한 푼의 세금이라도 짜내기 위해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심과 세심稅心은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정부 여당으로서는 세심이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기기위해서다. 결국 국세청은 정치와 세심사이에서 ‘끼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세심도 살펴야하고 여당의 눈치도 봐야하고.

현재 한승희 청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서 실제는 모르겠지만 알려진대로라면 현 정권에 특별한 인연도 없고, 빽도 없고, 신세진 것도 없이 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내정자는 현 정부의 정책은 물론 적폐청산의 중심에서 실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현 정부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걱정은 경기의 화살표가 아랫방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경기불황을 뚫어내고 주어진 세수를 어떻게 여하기 확보해 내느냐이다. 결국 ‘무리수’를 두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헛발을 디디는 순간 앞선 선배 청장들처럼 자칫 헤어 나올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휘말리는 우를 범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노파심老婆心 이다.

그래서 말인데 세정과 세심을 모르는 여당에서 청와대에서 이러쿵 저러쿵 주문을 하더라도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실세 청장들이 해온 것처럼 태산처럼 버텨내는 것이 ‘새 국세청장의 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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