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중앙지법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7차공판…8월 16일 선고 예정

박 전 차장, "공무원 재직 시 국가위해 일한 것 범죄로 규정돼 서글프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공작금을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의 심리로 진행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7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DJ 해외비자금 추적은 특정 국내 정치인에 대한 비리추적사업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고, 국외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차장이 국정원의 DJ 추적사업이 당시 야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인 DJ의 비리수집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2011년도 데이비슨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 당시 MB가 야당시절 비리 불법 추적 때 대법원에서 국정원의 직무범위 밖이라고 위법하다 판시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정원이 DJ 비리 추적 후 국정원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 등을 이용해 여론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점 등이 명백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에서는 관련 의혹이 있으면 국세청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하지만 위법하다는 것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추진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며, 국세청은 자체 첩보도 아니고 관심도 없는데 국정원이 청장도 아닌 국세청 차장에게 근거도 없이 알아봐달라고 지시를 해 이현동 전 청장과 당시 백용호 국세청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둘이서 불법적으로 진행한 것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 자금을 해외정보원에게 전달하면서 공무원인 박 전 차장이 국고를 함부로 다른 기관의 제3자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국정원과의 공모 인식이 있었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나, 검찰에서 진솔하고 솔직담백하게 진술한 점,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지시를 받아 실행한 점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처해달라고 구형했다.

변호인 측에서는 박 전 차장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국정원의 의도는 전달되지 않았고, 국정원 직원들도 자신들은 국정원 직원으로서 정상적인 일을 한 것이며 관련자가 정치인이라 하여 포기한다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진술한 만큼, 국제조세 전문가인 박 전 차장이 국내외 필요정보를 입수해 국고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역외탈세 관련 직무를 수행한 것은 정당한 업무인 점을 강조했다.

검찰 측에서 정치적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했다고 주장하나, 공무원으로서 조사하고 일하는 것은 당연하며,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로 수사결과 정치적인 파급이 있다고 해서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차장은 이현동 전 청장으로부터 DJ 해외비자금을 파악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국정원이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사건 개입 초기 아무런 자료를 전달받지 못해 밑도 끝도 없이 말만 가지고 조사하라 하여 황당했을 뿐, DJ 추적조사라서 황당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 진술 당시 정치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짐작을 덧붙였을 뿐인데, 국고손실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책임있는 의사로 범행을 자백한 점이 아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이현동 전 청장과 둘이서만 알고 일을 진행한 것은 외부에 알려서 조사하면 안 되는 것이라 둘만 알았던 것이지 불법성을 인지해서였음이 아니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특수활동비는 국회의 예산 결의를 받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라고 배정받은 돈이므로, 이번 기소로 인해 이러한 사용이 금지된다면 대한민국은 누가 지키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국정원의 정치적 의도와 불법성을 인식했다던가 공모의식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억울함이 없는 선고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윤준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국가공무원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재직 시 국가를 위해 일해온 것이 범죄로 규정되고 제가 단죄를 받아야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황망하고 서글프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전 차장은 "공직에 있을 당시 지금과는 달리 국제조사분야는 국세청의 주류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한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 공교롭게도 오래 일을 해왔다. 지금은 역외탈세 문제 등 국제조사분야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도 중요해지고 있다. 비록 공직에서 퇴직해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국제적인 경쟁력에 직접 기여할 일은 많지 않지만, 부디 죄인이 아닌 상태에서 민간에서도 연구하거나 발표, 교육 등에 참여해 간접적으로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의 국제조세관리관으로 근무할 당시, 국정원의 DJ 해외비자금 추적사업인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에 협조하고, 국정원 자금을 2년간 13차례에 걸쳐 미국 국세청(IRS)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차장은 미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친분을 쌓은 해외정보원에게 DJ 비자금 추적사업에 대한 협조를 구했으며,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가장체수익금 3억원을 국세청의 특수활동비라며 해외정보원의 장모와 처제 등에게 지급하는 과정에 관여해왔다.

이와 관련 박 전 차장 측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DJ 비자금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추적업무에 관여했으나, 정치적인 의도나 고의를 가지고 국정원에 협조한 것은 아니며, 해외정보원에게 돈을 주고 역외탈세 관련 정보를 사오는 것은 국세청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업무 관행이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미국 국세청에 근무하는 해외정보원과 접촉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국정원에 전달하거나 그 정보원의 친인척을 통해 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한 바 있다.

박윤준 전 차장에 대한 판결선고는 8월 16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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