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 개망초라 했지만

너는 달걀프라이 꽃이라 응답하는구나

누가 잊어야할 꽃, 망초라고 부르는가

 

유월의 들판마다 시도 때도 없이 솟는

그리움의 식탐을 위해 마련한 풍요로운 식탁!

프로방스 아를의 열다섯 송이 해바라기 밑둥치든

우랄산맥 바리키노의 자작나무 숲 부근

혹은 명동성당 앞마당의 작은 화단에까지

푸른 별 곳곳마다 너는

따뜻한 달걀프라이를 준비해 두었구나

 

보잘 것 없는 망초, 저도 어찌 욕심이 없으랴

마당 넓은 집 정원 속의 붉은 장미처럼

유혹의 눈웃음 흘리며 도도히 꽃피고 싶지 않았으랴

그러나 잊어야 하는

잊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으니

 

달걀프라이를 맛있게 부치는 이여,

 

그리운 것은 하늘에 올라 별이 되고

솔섬 앞 개펄에 물 높이 차오르는 밤이면

별똥별로 내려 자잘한 망초로

사방팔방 피어나는 것을 행여 알고 있는지

 

색채도 버리고 크기도 버리고

흔하디흔한 작은 들꽃으로 지켜 서서

물망초가 아닌 망초

잊어 달라며 조용히 흔들리는 저 꽃을

그대여 부디 탓하지 말길

 

해와 달도 구별 안 되고

그리움조차 까마득 잊힐 날 곧 오더라도

달걀프라이 뜨겁게 익어가는 이번 생에서

길 위든 길 밖 어디서든

나 결코 허기지진 않으리라.
 

[황상순 시인 프로필]

△ 99년 ‘시문학’으로 등단

△ 시집 ‘어름치의 사랑’ ‘사과벌레의 여행’ ‘농담’ ‘오래된 약속’등

△ 02년, 07년 문예진흥기금, 15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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