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공소외 1은 처음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기 위해 자신 명의로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채 단기간 내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폐업할 이른바 ‘폭탄업체’를 설립하고자 공소외 2로부터 1심 공동피고인 등의 명의대여자들을 소개받았다.

나. 공소외 1은 2014. 12.경부터 2015. 12.경까지 위 명의대여자들에게 약 4,500만원씩 주고 명의를 차용하여 각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이후 등록된 폭탄업체들의 명의로 합계 약 62억 원 상당의 허위 신용카드매출전표 등을 발급한 다음 약 3 내지 7개월 만에 각 사업자등록을 폐지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5. 7. 1.경부터 2016. 6. 28.경까지 공소외 1로부터 총 374회에 걸쳐 합계 약 6,203,434,887원 상당의 컴퓨터 부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을 구입하면서 공소외 1 명의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았다.

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5. 7. 1.경부터 2016. 6. 28.경까지 공소외 1로부터 위 다.항과 같이 이 사건 물품을 구입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음으로써, 공소외 1과 통정하여 위 금액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미등록 사업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세금계산서 미수취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8도14148 판결)

가.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행위(제10조 제1항 제1호)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할 자’가 공급자와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한 행위(제10조 제2항 제1호)를 각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세금계산서 발급을 강제하여 거래를 양성화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발급받지 않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이다(대법원 1995. 7. 14. 선고 95도569 판결 참조).

한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야 할 자’에 관하여,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가(제16조 제1항), 위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3. 7. 1. 시행된 부가가치세법에서는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사업자’로 개정되었다(제32조 제1항). 여기서 ‘사업자’란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말한다(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3호).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와 입법취지 및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의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이 시행된 2013. 7. 1. 이후에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한 ‘사업자’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하였는지와 상관없이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위에서 ‘사업자’는 일반과세자를 말하므로 간이과세자 및 면세사업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고, 일반과세자도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부가가치세법 제33조)와 영수증 발급대상인 경우(같은 법 제36조)에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물품을 공급한 사업자인 이상,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았음에도 공소외 1과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경우 위와 같은 행위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았을 당시 공소외 1과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았던 것인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예비적 공소사실이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2항 제1호 위반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구 부가가치세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도2168 판결의 판시를 원용하여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위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주체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와 관련하여 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은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제9조의 시기(대통령령에서 시기를 다르게 정하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말한다)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계산서(이하 "세금계산서"라 한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급을 받은 자에게 발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2013. 6. 7.자 전부 개정 이후의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은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은 제외한다)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계산서(이하 "세금계산서"라 한다)를 그 공급을 받는 자에게 발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위 전부 개정 전후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주체는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에서 “사업자”로 변경되었다. “사업자”는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인데(같은 법 제2조 제3호), 여기에서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뜻하고(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두5754 판결 등),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불문한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7누20625 판결 등).

한편,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위반과 관련하여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전자세금계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발급하여야 할 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한 행위”를, 같은 조 제2항 제1호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할 자가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행위”를 각각 처벌대상으로 규정하여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있는 자가 거래상대방과 공모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거래당사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13. 6. 7.자로 부가가치세법이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이 적용되던 시기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구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현행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의하여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할 자'라 함은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이 실제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여 구체적으로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실제로 어떤 사람에게 재화를 공급하지 아니하여 부가가치세법상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없는 사업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고,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에는 해당하나 실제로 재화를 공급한 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와, 실제로 재화를 공급한 자에는 해당하나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의 어느 쪽도 위 죄가 요구하는 신분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여 위 전부 개정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만을 구 조세범처벌법상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위반죄의 주체로 보았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1738 판결,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3376 판결, 대법원 1995. 4. 25. 선고 95도100 판결,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1738 판결, 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도2168 판결 등). 종전 대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2013. 6. 7.자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해석으로서 타당하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2013. 6. 7.자로 전부 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된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은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주체를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아니라 “사업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란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또한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2013. 7. 1. 이후 발생한 세금계산서 미발급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경우 그 대상자는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있는 사업자이면 사업자등록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부가가치세법의 개정을 반영한 해석으로서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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