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유예’한다지만…“지방소득세, 국세와 연동되는 세금인데 납세협력비만 증가”

지자체 “과세자주권 침해” vs 국세청 “조사 역량 있는 곳에서 해야 행정력 낭비 없어”
 

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고 국세청과 지자체간 중복 세무조사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납세자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유예한다는 것 자체가 언젠가는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년도 시행예정인 개인지방소득세 지자체 신고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국세청과 협업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세무서나 지자체 어디서든지 가까운 곳에서 국세와 지방세를 동시에 신고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으며, 지자체 독자 신고 시행 이후에도 이중 세무조사로 인한 국민부담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유예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지방소득세는 2014년부터 소득세·법인세의 부가세(10%) 방식에서 독립세(국세와 동일한 과세표준, 별도의 지방소득세 세율) 방식으로 개편됐다. 개편안 발표 당시인 2013년 9월 정부는 지방의 자주재원 및 과세자주권 확충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재원 소요가 증가하고 지방분권 확대 등에 따라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한다는 것.

그러나 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면서 과세체계가 기존보다 복잡해지며 생기는 납세협력비용, 그리고 지자체의 독자적인 세무조사가 가능해지면서 국세청과의 중복 세무조사 문제가 생겼다.

이에 대해 기업(납세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부담인 국세청 세무조사에 지자체마저 지방소득세 신고를 확인한다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여러 개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 여러 지자체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이에 국회는 지방소득세 세무조사 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해왔으나, 지자체가 과세권이 훼손된다며 반대를 이어가 현재까지 국세청으로 일원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지자체는 이에 대해 세무조사를 유예한다고 밝혔고, 행안부도 최근 세무조사를 계속 유예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 2015년 지자체 신고를 시행한 법인지방소득세도 현재까지 세무조사를 유예 중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부터 세무조사를 시행할 것인지, 또한 세무조사를 시행할지 말지조차 정부가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납세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납세자뿐만 아니라 세무대리인들도 같은 입장이다. 최근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은 납세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및 간섭에 대해 “국세나 지방세의 주체가 일원화돼 납세자의 부담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복 세무조사 문제에 이어 중복 불복절차도 문제다. 부가세 방식이었을 때에는 소득‧법인세가 경정될 경우 별도의 불복절차를 밟지 않아도 직권경정이 이루어진 반면, 이제는 소득‧법인세의 경정처분에 대해 불복해 승소하더라도 지방소득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불복절차를 밟아야한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한다.

조세전문가들은 “지방소득세가 국세와 연동되는 세금인데 굳이 이원화해 세금을 두 번 신고해야하는 번거로움과 불복도 두 번 밟게 만들어놓은 것은 국민들의 납세협력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징세비용의 추가적인 부담만 늘어나게 만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특히 중복 세무조사 논란이 큰 만큼 ‘지자체의 과세권’과 ‘납세자’ 둘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고민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에서는 “지역사회는 단체장의 영향이 굉장히 큰데 지자체가 세무조사권까지 휘두를 경우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자체가 세액공제나 감면 등을 통해 과세권을 행사하다보면 지자체간 세율인하 경쟁이 붙을 때 오히려 지방재정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국세통계연보 및 지방세통계연감에 따르면 연도별 법인세(국세)는 2013년 43조8548억원, 2014년 42조6503억원, 2015년 45조295억원, 2016년 52조1154억원, 2017년 59조1766억원이었다. 지방소득세(법인분)는 2013년 4조1859억원에서 2014년 3조9529억원으로 5.6% 줄었다가 2015년에는 5조2428억원으로 전년보다 32.6%가 증가했다. 이후 2016년 5조4656억원, 2017년 6조1002억원을 징수했다.

아울러 지방소득세의 비과세 감면액을 살펴보면 2013년 1648억원에 달하던 것이 2014년에는 66억원, 2015년에는 7억원, 2016년에는 4억원, 2017년에는 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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