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닉재산 추적은 계속돼

우리나라 고액 체납자 명단이 발표된 이후 15년간 명단 제일 앞줄에 있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최근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남미 에콰도르에서 지병으로 사망한 사실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국세청이 그의 이름을 명단에서 지운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망했다고 해서 세금 납부 의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어서 국세청은 은닉 재산을 계속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께 정 전 회장을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에서 삭제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인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이름과 주소, 체납액 등을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할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한다.

하지만 체납자가 사망한 경우 명단에서 이름을 뺀다.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 행정안전부로부터 정 전 회장의 주민등록이 말소됐다는 내용을 통보받고 내부 절차를 밟아 그의 이름을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정 전 회장과 함께 에콰도르에서 도피생활을 해 온 4남 정한근 전 한보철강판매 대표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작년 12월 1일(현지시간) 지병으로 인해 95세로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정 전 회장은 국세 2천225억원을 체납해 국세청이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를 시작한 2004년부터 고액 체납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2007년 5월 일본에서 신병 치료를 하겠다고 출국해서는 말레이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에콰도르로 떠돌며 도피행각을 벌였다.

그는 에콰도르 과야킬이라는 도시에서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고려인 행세를 하면서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려 한 것으로 알려져 국세청은 검찰과 함께 그가 현지에 은닉한 재산이 있는지 추적 중이다.

고액 체납자가 사망해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고 해서 체납 세금 추징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이 누군가에게 상속됐다면 상속자에게 추징이 이뤄지고 은닉됐다면 사후라도 찾아내 환수한다.

▲ 정태수 전 회장 4남 정한근씨. 6월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 전 회장이 갑자기 고액 체납자 명단에서 사라짐에 따라 명단 1위 자리에는 박국태(50) 씨엔에이취케미칼 출자자가 올랐다.

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국세 1천223억9천600만원을 체납해 2016년부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위는 1천73억1천600만원을 체납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3위는 714억8천600만원을 내지 않은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이다.

정 전 회장의 3남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는 644억6천700만원을 체납해 4위에 올랐고, 4남 한근씨도 국세 293억8천800만원을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 명단 32위에 이름을 걸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단 삭제와 상관없이 체납자 관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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