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도 일자리 창출·유지기업 세무조사 선정 제외 및 유예했고

민생침해사업자(불법사채업자 등)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도 ‘닮은 꼴’
 

▲ 사진은 2018년 10월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김현준 국세청장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국세행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 보다.

2009년 국세청 업무보고를 통해 10년 전 국세행정을 살펴보면 지금과 상당수 같은 내용들이 나열되는 등 '도돌이표 행정'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국세청은 세금을 징수하는 집행기관이므로 하는 일은 비슷할지 몰라도, 국세행정개혁을 위해 애써온 지난 10년과 문재인 정부 들어 행한 적폐청산 등 다양한 노력에 빗대어보면 국세행정에 큰 변화는 없었다.

2009년은 국세청에 있어서도 특별한 한 해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기획재정부가 국세청 개혁을 통해 국세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국민 혈세 9억원의 외부용역을 맡겨 개혁을 시도했고, 180도 달라지는 국세청의 모습에 온 국민이 기대감을 품었지만 내부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진행하겠다며 결국 무산된 바 있다.

◆ 엄정해야 할 세무조사, 경제상황 따라 '유예·면제' 도돌이표

물론 매년 실시되는 국정감사에 국세청장이 나와 업무보고를 진행하는데, 매년 똑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일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과 현재의 국세청 업무보고를 비교해봤다. 10년 전 업무보고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었을까.

국세청이 10년 전인 2009년 2월 26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창출·유지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선정제외 및 유예다.

현 정권 초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수를 늘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세우고,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실천해나가고 있지만 경제에 활력이 돌지 않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세무조사 유예·면제 카드를 꺼내든 것과 판박이 정책이다.

실제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를 주문하자, 당시 국세청은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올해(2019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준다고 밝혔다.

여론은 싸늘했다. 세무조사를 받는 수는 전체 개인사업자 중 0.1%만이 받고 있어 실효성이 없고, 정치적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국세청을 또다시 세무조사 카드를 쥐고 흔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었다.

`09년에는 일정기준에 해당하는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세무조사 선정에서 제외 및 유예를 시켜줬다. 또 일자리 나누기, 무급휴직 합의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 중소기업과 노사문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선정제외 및 유예 혜택을 줬다. 녹색성장 관련 기업은 정기 세무조사 선정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세무조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조사건수는 성실신고 유도에 필요한 적정수준으로 운영해 세무간섭을 최소화하고, 성실하게 신고한 중소기업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세무컨설팅 위주의 간편조사를 적극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현재에도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기업, 벤처기업 등에 대해 세무행정 전반에 대한 1:1 맞춤형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지원 세정협의회를 구성해 정기간담회를 개최하며, 국세청장이 직접 찾아가는 기업현상 순회간담회도 지속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2019년에도 ‘납세자와의 맞춤형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간담회 개최 및 현장상담실 운영과 같은 맥락이다.

◆ '근로장려금 차질없는 지급, 유류세 조절'도 단골메뉴

2009년은 근로장려금을 최초로 지급한 해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국세청의 업무보고에는 ‘근로장려금 지급’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왔다.

지급기준 충족가구를 추정해 신청안내대상자를 선정하고, 대국민 홍보 및 수급대상자 대상으로 타깃홍보를 실시했으며, 종소세 신고기간(5월) 중 장려금 지급을 신청받고 8월에는 심사, 9월에는 지급, 11월에는 부정수급 혐의자에 대한 점검 실시 순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근로장려금은 388만가구에 4조3003억원, 자녀장려금은 85만가구에 7273억원이 지급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의 장려금이 지급됐다. 제도 도입 이래 최대 규모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유류세 면세와 환급이다. 2009년 국세청은 택시운송사업자의 경영부담 및 서민의 유류비 부담완화를 위한 유류세 면세(환급)제도 등을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1월기준 LPG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면제해 법인 및 개인택시 28만4000대에 3125억원의 면세혜택을 줬고, 경차 소유자 16만5000명에 94억원, 소형화물차 소유자 60만1000명에게는 209억원의 유류세를 환급해줬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11월부터 5월까지 유류세 15% 한시인하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서민·영세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 경감을 위해 8월 말까지는 7%로 낮춰 연장키도 하면서, 현재 유류세 수입이 예년보다 줄어 세수감소로 이어졌다.

◆ 민생침해 기획조사, 고소득자 타깃조사, 역외탈세 조사 '여전히 진행중'

또한 올해는 강남의 클럽 아레나와 버닝썬 사태가 터지면서 국세청이 곤혹을 치렀다. 아레나의 실소유주인 ‘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봐주기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명의위장 유흥업소, 음란물 유통업자 등 민생침해사업자와 자료상 등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버닝썬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서 일부 권력기관의 유착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국세청은 곧바로 명의위장, 신용카드 위장가맹 등 탈세혐의가 큰 유흥업소, 그리고 생활적폐를 없앤다며 민생침해 탈세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역시 10년 전 업무보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10년 전에도 국세청은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민생침해사업자(불법사채업자 등)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민생침해 탈세사범에 대한 강력 대응을 해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은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행위에 집중해왔는데, 10년 전에도 동일한 기조임이 확인된다.

2009년 국세청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탈루한 소득으로 축재하는 등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고소득 탈세자는 지속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자료상행위자 및 유통과정 문란업종 등을 집중조사해 세법질서 확립한다고 밝혔다.

또 무분별한 외화낭비와 기업자금 불법유출 등 변칙적 국제거래를 이용한 국부유출행위의 검증을 강화하고, 역외탈세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했고 이는 현재 국세청 업무보고와 동일한 내용이다.

이처럼 국세행정은 10년간 개혁에 개혁을 거쳤지만, 여전히 직면해 있는 과제는 그대로의 모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김현준 새 청장 취임후 다가오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내놓을 업무보고에는 어떤 신선한 내용이 담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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