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90여건→10월말 200여건…"법안·토론회 횟수 평가 이해 안가"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칠 현역 국회의원 최종평가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밀어내기' 법안 발의 등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들어갈 경우 공천에서 크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의원실마다 어떻게든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평가지표 자체에 대한 불만도 폭주하는 분위기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정감사 종료 다음날인 23일부터 30일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00여건에 달한다.

지난달 23일부터 30일 사이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이 90여건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법안 발의가 2배 넘게 '폭증'한 셈이다.

이는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되는 현역의원 최종 평가 지표 중 하나가 '대표발의 법안 수'이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 이외에도 토론회와 정책간담회 개최 횟수 등이 평가 지표에 포함돼있다.

이 때문에 각 의원실은 평가지표 적용 마감일인 31일 이전 최대한 많은 수의 법안을 발의하고 토론회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보좌진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합감사 이후 의원실별로 엄청나게 많은 법안 발의 품앗이와 막판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 31일 전 실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토론회나 정책간담회를 급조하는 의원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평가 기준을 두고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법안 발의 건수와 토론회 개최 실적 등을 정량적으로 따지는 게 의원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국회 보좌진 등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선출직공직자평가를 앞두고 있는데 평가 내용이 참 가관이다. 어떻게 법안발의 개수, 토론회 개최 실적, 트윗질·페북질을 얼마나 했는지로 국회의원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이 글쓴이는 "지금 각 의원실에서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들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토론회를 위한 토론회'에 보좌진의 노동력과 국민의 세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건 알고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 보좌진은 통화에서 "지금 같은 평가 기준으로는 의원들이 평가에 유리한 의정활동만 하고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를 위한 소신 있는 의정활동은 하지 못하게 된다"며 "의원 역량평가가 아니라 보좌진 역량평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좌진뿐 아니라 의원들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방식의 정량적 평가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법안 발의만 하더라도 정말 심사숙고해서 필요한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독려해야지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평가 기준에 대한 불만 기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된 것도 없다"며 "평가 기간과 지표를 충분히 알렸고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이에 따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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