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정책학회 9일 의원회관서 세법관련 ‘제12차 조세정책 세미나’ 개최

이강민 변호사 “신탁관련 부가세 납세의무자 결정 규정 전반적 재검토해야”

윤태화 교수 “신탁 인한 불이익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 통해 명확히 해야”
김용민 교수 “신탁관련 부가세 납세의무자 수탁자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

안경봉 교수 “신탁재산 독립성 측면에서 수탁자가 납세의무자인 것 타당해”
이중교 교수 “개별세목 간 유기적 관계 고려 안한 단편 개정이 근본 문제”

 

▲ 한국조세정책학회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서 ‘제12차 조세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 ‘세법의 애매모호성에 관해-부동산신탁과세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가 있었다.
▲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다.
▲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좌)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았다.

신탁재산의 공급을 부가세 과세대상으로 여길 경우 납세의무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납세의무자와 과세당국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결정 규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서 ‘제12차 조세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이강민(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세법의 애매 모호성에 관해-부동산신탁과세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위탁자와 신탁을 인수하는 수탁자간의 신임관계에 바탕을 두고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 설정 및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과 특정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을 관리, 처분 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현재 이러한 신탁을 도관으로 취급하는 ‘신탁도관적 관점’과 법인과 유사하게 별도의 납세의무의 주체로 보는 ‘신탁실체적’ 관점이 충돌하고 있다.

신탁을 도관으로 보는 관점에서 신탁재산을 별도의 독립된 과세단위로 보지 않고 세법상 납세의무자를 위탁자 또는 수익자로 보게 된다. 반면 신탁을 실체로 보는 관점에서는 신탁재산 자체를 별도의 실체로 보고 법인과 유사한 인격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에 신탁재산의 법률적 소유권이 수탁자에 있고, 신탁재산과 관련된 수익과 비용들은 형식상 신탁재산별로 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신탁재산 처분의 경우 부가세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로 판단했다.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에 있어 계약당사자가 되나 그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에서 발생한 수익과 비용이 위탁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므로 위탁자의 계산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5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7.05.18. 선고 2012두22485)에서 신탁의 관리 처분에 있어 납세의무자는 수탁자라고 판시하며 그 동안 형성된 과세실무와 전혀 반대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강민 변호사는 “세목별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신탁에 대한 과세 체계가 일관되지 못해 납세의무자와 과세당국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라며 “특히 부가가치세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약 6개월 동안 기재부와 각종 전문가들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었다”고 회고했다.

이 변호사는 “신탁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이에 대한 과세 논란도 점점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반적 검토를 통해 신탁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둬야만 장래의 과세 논란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좌),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우).
▲ (좌로부터)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 교수, 이동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론자로 나선 윤태화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발제자 의견에 공감하며 “종전 세법은 관행적으로 실무적 위탁판매의 경우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는 부가가치세 과세행정을 이어왔지만, 구체적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관성 없는 과세체계는 납세자들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고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입법을 통해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용민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례 취지와 국내에서 출간된 문헌 대다수의 의견을 감안할 때 신탁재산과 관련한 거래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용민 교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 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돼 신탁업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해 그 재화를 사용하고 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금계산서 발급과 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봐야 신탁한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봉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아직도 신탁을 명의신탁과 혼동하는 견해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신탁에 대해 위탁매매 규정을 유추 적용한 기존의 판례와 이를 전제로 ‘실질적 통제권’ 이전을 기준으로 했던 과세실무도 이와 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납세의무자를 위탁자가 아닌 수탁자로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인식을 전환했다는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중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961년 신탁법이 제정된 이래 조세제도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단편적으로 개정된 것이 현재의 해석상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61년 신탁법 제정 이후 조세제도는 신탁법의 전면개정에 맞춰 정비되지 못해 체계성이 부족하고 불명확한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며 “신탁세제가 각 세목 간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개정돼야 하는데 그때그때 단편적으로 개정돼 문제가 발생했고 여전히 이러한 해석상 다툼이 이어진다는 것을 인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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