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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세청 ‘적극행정’의 이면(裏面)

한효정 기자l승인2020.01.06 08: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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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범정부적으로 공직자가 열심히 그리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각 부처별로 도입·시행중인 ‘적극행정 지원제도’라는 것이 있다.

국세청 역시 이에 발맞춰 2019년 11월에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전컨설팅제도와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적극행정 지원제도는 크게 ▲사전컨설팅(불분명한 규정에 대해 감사원의 의견대로 처리 시 책임을 면제함) ▲적극행정면책(공공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결과에 대해 고의성이 없는 경우 책임을 면책·감경함) ▲적극행정지원위원회(적극행정 추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의사결정체계)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국세청은 앞서 2009년도에 적극행정 면책제도 도입했으며, 2019년 10월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운영규정’을 마련하고 이어 11월 ‘국세청 및 지방세무관서 감사규정’을 개정·도입해 사전컨설팅 제도를 현재 운영중이다.

공무원이 업무 상 제도·규정이 불분명해 자체 판단이 어려운 업무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규정대로 업무처리를 하고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감사에 따른 징계요구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정책이라는 점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적극행정이 과연 일선 세무관서, 지방국세청, 나아가 국세청의 본연의 업무인 조세의 부과와 징수라는 측면을 놓고 봤을 때 지극히 효율적인 제도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행정업무는 서비스로써 제공되는 방향에 따라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급부행정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침해행정으로 나뉜다. 이 중 국세징수업무는 분명 침해행정에 속한다.

이러한 침해행정은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기에 반드시 법률적 근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침해행정에서의 적극행정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점이다.

국세행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와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는 엄격한 법률의 적용을 받아야 하므로 납세자의 주장을 자의적으로 넓게 해석하기 시작할 경우 조세법률주의는 물론 조세평등의 원칙에 적지 않은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즉 떼를 쓰지 않는 사람이 떼를 쓰는 사람에 비해 불리한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조세의 부과징수와 관련 이미 과세 전 단계에서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부터 과세 이후의 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 및 행정소송에 이르기까지 납세자가 억울함을 공정하게 살필 수 있는 기존 제도들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국세 부과징수행정에서의 적극행정은 적용할 부분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라는 우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국세행정에 있어서의 부과징수 외 다른 행정은 어떨까.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적극행정 모범사례로 알려진 한 스타트업 기업의 주류면허 상 어려움을 해소한 케이스는 침해행정이 아닌 사실 일종의 권력행정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국세청은 침해행정 외 민원봉사업무, EITC업무, 세금환급업무, 각종 면허 업무 등에서만 적극행정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11월 국세청이 내부사이트에 공개한 적극행정 우수사례 선정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잘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당시 선정한 우수사례는 ▲세금수납 시 간편 카드 납부 지원 ▲민원봉사실 대기인원 실시간 조회 서비스 ▲환급계좌등록 신청업무의 우체국 업무협약 체결 등 이었다. 단순 업무개선 아이디어 차원인 ▲세금수납 시 간편 카드 납부 지원을 제외하고는 국세청 본연의 업무영역이 아닌 민원서비스와 환급분야인 점과 전 세무관서가 공통적으로 추진해야 할 업무라는 특징을 보인다.

과연 일선세무서 직원들을 향해 적극행정을 하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심지어 일선세무서 직원들은 이번의 적극행정이 과거에 있었던 친절사례 수집이나 업무개선 아이디어 창안과 무엇이 다른지 이해조차 못하겠다는 반응들도 상당수다.

물론 적극행정은 ‘철밥통’으로 불리우는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타파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임은 틀림없다.

다만, 국세청은 전체업무 중 일부에만 해당될 수 있고, 그마저 본·지방청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분야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일선세무서에 대고 적극행정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납세자에 대한 ‘침해행정’이 더 보태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생긴다.


한효정 기자  snap11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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