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조세협회 ‘역외탈세자‧조력자에 대한 효과적 제재방안 검토’ 보고서

세법전문 조력자 처벌규정 신설‧역외탈세 공소시효 15년으로 연장 등 제안
 

▲ 지난해 11월20일 이준오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국세청 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역외탈세 혐의자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올해에도 역외탈세와 같은 불공정 탈세행위에 세무조사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력자가 악의적·지능적 탈세 수법 설계에 관여해 세금포탈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도 검찰 고발 등의 엄정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조세회피 목적 하에 이루어진 역외 명의위장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조력자의 경우도 독자적인 처벌규정을 신설해 형법상 ‘공범’보다 형벌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한국국제조세협회에 의뢰한 ‘역외탈세자 및 조력자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 방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서 무신고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도록 한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효과적인 제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 역외탈세, 왜 잡기 어려울까?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역외거래에서 행해지는 조세포탈에 대해 가해지는 세법상 제재는 중가산세의 부과와 장기 부과제척기간의 적용 등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역외탈세를 잡아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국세청은 우리나라 영토에서만 세무조사가 가능해서 거주자의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과세권 행사가 어렵다. 즉, 납세자가 국외 소재 증빙자료를 자진해서 제출하거나, 상대방 국가의 과세당국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지 않는 한 파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양자간 조세조약상 정보교환조항이 등 협정이 체결돼 있으나, 이는 강제권이 없고, 상대 국가에서 정보교환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과세에 필요한 자료를 상대국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특히 우리 법원은 SPC(해외 특수목적법인)의 명의위장에 의한 역외 탈세행위에 대해 역외에서 이루어진 사정은 특별히 고려하지 않고 국내 탈세사건과 마찬가지로 부정행위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어, 역외탈세 제재를 위해서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 SPC 이용해 명의위장, 소득누락만으로도 ‘역외탈세범’ 처벌 가능해야

대법원은 명의위장의 경우 부정행위로 보기 위해서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명의사용 등 명의를 위장해 얻은 소득의 신고누락과 ▲허위 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의 조세신고 등과 같은 적극적 행위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외국법인의 명의사용 등 명의를 위장해 얻은 소득의 신고누락의 경우만 있어도 형벌 부과대상 역외탈세범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고의무 불이행(미신고)을 처벌하는 개별세법을 두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해외계좌정보 신고의무를 불이행하면 처벌하는 규정이 조세범처벌법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규정된다면,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의 사건에서 문제되는 조세회피 목적에서 비롯된 SPC 사용 등의 소득 신고누락을 모두 부정행위로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보고서는 수년 전에 이루어진 세무조사 실시 때나 그 이후 세금부과나 조세불복 때부터 재벌기업 총수일가가 역외탈세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었고, 역외탈세 수법이 밝혀지자 대재산가인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미적 비난 여론도 크게 형성된 바 있어, 대법원 판결이 역외탈세 행위를 부정행위로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뒤집는 입법을 통해 새로이 형사적 제재를 가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 조력자 처벌규정 신설 및 역외탈세 공소시효 연장 등 제안

역외탈세는 SPC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금융계좌의 개설이나 투자자산의 취득 등 금융기관이나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다.

보고서는 외부조력자에 대한 방안으로 ▲정범에 준해 처벌하는 방안 ▲방조범에 대한 독립적인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두 가지에 대해 예를 들면서, 정벌처벌방안에 대한 헌법상 비판을 벗어나려면 독립처벌방안을 대안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역외탈세의 경우 국내의 조세포탈죄와는 다르게 공소시효를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행 조세범 처벌법상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7년이며, 특가법이 적용되는 경우 법인에 한해 형사처벌 공소시효는 10년이며, 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공소시효도 이와 일치시켜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로 조세포탈한 경우 15년, 그 밖의 경우 7년으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만약 역외 조세포탈이 역외 조세회피보다 더 가벌적인 행위라고 평가한다면, 역외 조세포탈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연장하고, 역외탈세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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