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최근 마스크를 몇 주간 사지 않겠다는 캠페인이 유행이다. 언론에서는 환자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유럽의 예도 나오고, 마스크 무용론도 나오더니,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겠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적어도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쓰기를 권고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 의심 환자를 돌보는 경우라면 반드시 KF90 마스크를 써야 하며, 혼잡도 낮은 야외, 가정 내, 개별 공간은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지만 KF80 마스크를 착용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권고사항이 한시적 사용지침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식약청에서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받은 것은 KF94, KF99이지만, 마스크가 없으니 0.6㎛ 입자에 대해 80% 이상을 차단하는 KF80 마스크라도 착용하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19는 감염됐으나 증상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스크는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써야 한다. 즉 내 마음대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서로 간 만나서 대화를 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는 법무사·세무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마스크를 사용치 않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 만용(蠻勇)이며 자칫하면 고객에 대한 침해행위가 될 수 있다. 당분간 사무실 문을 닫고 토굴 속에 들어가 묵언수행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공정한 배분을 어겨 마스크를 구매하려 하는 것도 문제다.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름에도 추가 상승할 것을 기대해서 그마저 끊기고, 의료진에게 공급되어야 할 의료용 마스크도 소진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공적 마스크를 공정한·공평한 배분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검찰은 마스크 원단(필터) 공급·중개 업체를 10여 곳을 압수 수색하고, 마스크 품귀를 매점매석으로 악용하는 부당이득범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때이다.

이런 와중 서초동 변호사 회관에는 아침부터 줄을 서 있던 변호사들이 서울 변호사회를 상대로 항의를 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서울 변호사회가 선착순으로 1인당 5장씩 총 2,000장의 마스크를 소속 회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었으나 예상외로 많은 변호사들이 몰려와 마스크를 받지 못한 변호사들 수백 명이 항의를 했다고 한다.

만약 상위 1%에게만 마스크가 공급된다면 상위 1%는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며칠 동안은 가능하겠지만 상위 1%만 자급자족하면서 외부와 차단된 성(城)에 들어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때 ‘자급자족’이라는 말에 주의해야 한다. 자급자족이 가능하려면 상위 1%가 쌀농사도 짓고, 감자도 심고, 파도를 헤쳐 멸치도 잡아야 하며, 그런 서민을 위해 수임료가 적어도 법률상담도, 세무신고도 해야 한다. 결국 상위 1%만의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위 1%에게만 마스크가 공급된다면 나머지 99%만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닌 전부 노출된다. 그러니 현재 국민 100%가 구매할 기회를 갖도록 매점·매석은 물론 집단이기주의는 자제할 때이다.

마스크 부족에 의한 불안감은 경제 침체를 가중시킬 것임은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틈을 타고 지역사회를 감염시킬 것이므로, 마스크 공급이 절대적 부족 상황에서 마스크의 공평한 배분을 하면서 오히려 사회적 약자(하위1%)에게 배분되는지 살펴 보아야 할 때이다. 5일에 1번이라도 일정하게 공급된다는 기대와 희망, 공정한 기회 부여에 대한 신뢰는 현재 우리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이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받은 변호사들은 KF94 등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필터가 부착된 면 마스크여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하니 씁쓸하다.

필자는 직업상 고객과 상담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리고 마스크 문제가 잘 해결되기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약국 앞에 줄을 걸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백신이고, 사회의 공정과 공평이 치료제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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