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기 세무사 합격생 725명이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받은 기성 변호사들에게 세무장부 작성 대행과 성실신고에 관한 확인업무를 제외한 직무의 수행을 제한적으로 허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 세무사들은 국회에 계류중인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세정일보가 직접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56기 세무사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경수 세무사와 집행부 회계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재현 세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변호사들의 세무시장 진출 주장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경수 세무사]

▲ 이경수 세무사

=수험생 시절에 세법학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에요. 국내 모든 시험 중에서 회계학이 가장 어려운 시험이고, 세무사는 국내 모든 시험 중에서 세법학을 가장 어렵게 내는 시험이라고요. 그래서 세무사 수험생으로서 세법학을 배우는 것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라고.

그 때 학원 선생님이 예로 들어준 것이 로스쿨에서 변호사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은 세법학 문제를 풀 때 오픈북으로 시험을 본다는 거에요. 그것도 준비하는 세목이 세무사 시험 세법학의 절반도 안되었어요. 그래서 종종 로스쿨 문제를 학원에서 예제로 보여줄 때마다 들었던 말이, 이런 문제는 세무사 시험에 나오기 어렵다, 너무 쉬워서 세무사시험으로는 변별력이 없다는 얘기였어요. 그래서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예제수준의 문제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세무전문가가 변호사라는 그쪽 업계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참으로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적어도 세무서비스를 받을 여러 자영업자와 법인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구요. 기존의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거짓 주장을 정확하게 지적해주고 알리는 것이 기존 세무시장에서 일임하고 있는 저희들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변호사 지인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갖는 반응은 어떤가요?

[이경수 세무사]

=사실 변호사 업계의 주장처럼,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그렇게 뻔뻔한 모습은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변호사들의 무리한 업계 진출 확장이 자칫 부작용으로 나타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변호사도 있었구요.

그럼에도 만일 정말로 세무사 등록이 가능해진다면 굳이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자격증을 이용해서 당장 무엇을 하기보다 일종의 자기 사업영역 하나가 추가되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였어요. 어쩌면 이런 변호사들의 태도가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4~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차례의 시험을 반복하면서 얻은 자격증인데 그것을 마치 공짜로 받는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에요. 자신들의 주장으로 야기되는 세무시장 서비스의 불안 요소는 전혀 관심 밖 이더라구요.

▶ 변호사들이 세법, 회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우재현 세무사]

▲ 우재현 세무사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러한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주장인지 변호사 시험과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세법과 관련된 부분은 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선택률도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죠. 선택과목이거나 시험과목으로 분류되지 않는 과목에 대한 수험생의 관심과 태도는 우리나라의 대입시험인 수능에서도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세법의 경우 다른 법률들과는 다르게 사회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매년 큰 폭으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세법만 들여다보고 대응하는 세무사들도 모든 개정사항들을 점검하고 대응하는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갑니다. 과연 세법을 변두리 법률로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문성이라는 것은 최초의 자격시험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자격이 최초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것이고 해당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무적으로 경험을 해야만 갖추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사실을 왜곡하면서 본인들에게 세법‧회계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 또는 세무사를 뛰어넘는 전문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인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변호사이거나 억지주장을 통해 이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세법분야를 본인의 전문분야로 정해 해당분야만 파고든 변호사가 있다면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 두명의 일부 변호사가 모든 변호사의 자격을 대변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증 자동부여에 대한 생각은?

[우재현 세무사]

세무사 제도가 생기기 이전 또는 초기의 세무사 부족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세법교수와 관련 석‧박사, 변호사 등에게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 되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인원이 부족한 시기의 임시방편이었죠.

현재는 세무사 제도를 통해 매년 어려운 시험을 치루어 자격을 얻고 활동하고 있는 세무사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그러한 상황을 고려해 자동자격 부여에 대한 과거의 방식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고, 변호사에 대한 자동자격 부여도 마찬가지로 사라져야 하는 제도였는데 자격은 부여하되 세무사로 등록하지 못하는 형태로 안일한 제도개정이 이루어졌던 것이 현재의 혼란을 만든 이유의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변호사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재현 세무사]

=법에서 정한 또는 사회적으로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경우 일정한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 자격사 시험제도입니다. 그동안 변호사에게 자동부여 되었던 세무사 자격 자체가 중요한 자격요건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잘못된 제도입니다.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은 비전문가에게 전문직업에 대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변호사들의 세무사 활동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계, 세법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들의 활동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죠. 회계 세법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라면 세무사 2차 시험을 통과하고 현행 세무사 수습제도를 이수하여 전문성을 검증받은 뒤 활동하면 될 것입니다. 전문성 검증에 대해 본인의 불편함을 이유로 전문성이 중요한 직군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로막는 다는 주장은 본인의 이기심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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