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근 "죗값 치르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내달 1일 선고
 

▲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

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법정에 선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4남 정한근 씨에게 검찰이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401억여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소위 '한보 사태'로 우리나라가 IMF에 도움을 요청한 상황에서 주식 600만주를 압류당하자 수천만 달러를 빼돌렸다"며 "해외 도피 중에도 경영에 관여하면서 남은 주식을 헐값에 매각해 도피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최후 진술에서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해외 도피를 했고, 그 결과 기약 없는 도피 생활을 했다. 도피는 내 정신을 황폐하게 했고, 나는 고통과 싸우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너무나도 큰 죄책감 때문에 죽을 때까지 수감 생활을 통해 참회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이중적 마음이 들어 괴롭다"며 "죗값을 치르고 가족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1997년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천790만 달러에 매각하고도 2천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한화 320억여원 상당을 횡령한 뒤 해외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다만 검찰은 이 가운데 60억여원은 공범들이 정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는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다.

정씨는 1998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정씨의 소재를 추적하던 검찰은 에콰도르, 미국 등과의 공조 하에 21년 만인 지난해 6월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씨는 다음 달 1일 오후에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