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OO 주식회사(이하 ‘OO'이라 한다)는 2013. 3. 27.부터 2013. 5. 8.까지 영국 법인인 스페셜 △△(이하 ‘생산회사'라 한다)가 생산한 니켈 합금 튜브(이하 ‘이 사건 수입물품'이라 한다)를 싱가포르 법인인 스페셜 ◇◇(이하 ‘판매회사'라 한다)를 통하여 수입하였다.

나. 위 수입 당시 OO은 대한민국과 유럽연합 및 그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이라 한다)에 따른 협정세율(0%)을 적용하는 내용의 수입신고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위 신고서에 첨부한 원산지신고서(이하 ‘1차 원산지신고서'라 한다)는 판매회사가 영국을 원산지로 표시하였으나 생산회사의 인증수출자 번호를 잘못 기재하여 발급한 것이었다.

다. 피고는 원산지 서면조사를 통해 1차 원산지신고서가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체약당사국이 아닌 제3국 업체(싱가포르 판매회사)에서 발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4. 4. 18. OO에 같은 달 30일까지 체약당사국 내 인증수출자가 발급한 원산지신고서로 보정하여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OO은 위 기간 내에 피고에게 판매회사로부터 받은 이 사건 수입물품에 대하여 영국 법인인 생산회사 명의로 작성되고 인증수출자 번호가 제대로 기재된 원산지신고서(이하 ‘2차 원산지신고서'라 한다)를 보정하여 제출하였으나, 위 신고서는 발급일자의 기재가 없고 상업서류와 별도로 작성된 것이었다.

라. 피고는 위 1, 2차 원산지신고서의 유효성과 진위 여부에 의심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2014. 8. 14. 영국 관세당국에 OO이 제출한 1, 2차 원산지신고서를 모두 첨부하여 각 원산지신고서의 유효성 여부, 인증수출자 자격과 인증수출자 번호의 유효성, 원산지 기준과 원산지 규정 충족 여부에 관하여 검증을 요청하였다.

마. 영국 관세당국은 2015. 1. 2. 피고에게 이 사건 수입물품이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특혜관세 적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특혜관세대우의 자격이 없다고 회신하였고(이하 ‘1차 회신'이라 한다), 2015. 2. 26. 다시 피고에게 1차 회신 이후의 추가조사에 따라 수정된 내용을 추가로 회신하면서 피고의 위 검증 요청 중 보충적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답변하였다.

① 1차 원산지신고서는 인증수출자인 생산회사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판매회사가 작성하였고, 상업서류와는 별도로 작성된 2차 원산지신고서도 인증수출자가 발급한 것이 아니다.

② 생산회사의 인증수출자 번호는 진정한 것이고, 수출자(생산회사)는 2012. 3. 인증을 받았으며, 검증 대상인 이 사건 수입물품은 모두 영국에서 제조되고 충분한 작업이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이 정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다.

바. 피고는 2015. 3. 10. 영국 관세당국의 위 회신 내용 중 위 ① 사유, 즉 이 사건 수입물품에 대하여 인증수출자가 발급한 원산지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협정세율의 적용을 배제하고, 관세율 8%를 적용하여 산출한 관세 및 부가가치세(각 가산세 포함)를 결정ㆍ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이 사건 소송 당시 OO은 파산절차 진행중).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한·EU FTA 체약당사국인 수출 당사국 관세당국의 간접검증결과회신에 제출된 원산지신고서의 진정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두63408 판결)

가.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유무역협정 관세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은 협정에 따라 체약상대국을 원산지로 하는 수입물품에 대하여 관세를 철폐하거나 세율을 연차적으로 인하하여 부과하여야 할 관세(이하 ‘협정관세'라 한다)의 적용제한에 관하여 협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협정관세의 적용제한에 관해서는 개별 자유무역협정에서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 제15.13조에 따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구성 부분이 되는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 부속 ‘원산지제품'의 정의 및 행정협력의 방법에 관한 의정서(이하 ‘이 사건 의정서'라 한다) 제15조 내지 제17조는 유럽연합 통화 6,000유로 이하의 탁송화물이 아닌 이상 관세당국에 의해 인증을 받은 인증수출자가 작성한 원산지신고서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의정서 제27조는 원산지신고서의 검증에 관하여 제6항에서 “검증을 요청하는 관세당국은 조사결과 및 사실관계를 포함한 검증결과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통보받는다. 이러한 결과는 서류의 진정성 여부, 그리고 해당 제품이 당사자가 원산지인 제품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와 이 의정서의 다른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분명히 적시해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7항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검증 요청일부터 10개월 이내에 회신이 없거나, 그 회신이 해당 서류의 진정성 또는 제품의 진정한 원산지를 결정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지 아니하는 경우, 수입 당사자의 관세당국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혜 자격 부여를 거부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나.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ㆍ내용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에서 6,000유로 초과 수입물품에 대해서 오직 유효한 인증수출자가 작성한 원산지신고서에 근거해서만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취지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피고는 1, 2차 원산지신고서의 진정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되어 영국 관세당국에 검증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영국 관세당국이 1, 2차 원산지신고서가 모두 인증수출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수입물품이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특혜관세 적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특혜관세대우의 자격이 없다고 회신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산지신고서에 따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는 없다. 이는 생산회사가 이 사건 수입물품에 관한 수입신고일 이후 2년 이상이 지난 2015. 6. 2.과 2015. 12. 10. OO에게 원산지증명과 관련된 서류를 작성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수입물품이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과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다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확인과 검증이 이루어졌으므로, 피고로서는 원산지신고서의 형식적 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협정관세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협정관세의 적용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자유무역협정 관세법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에서 간접검증방식에 의한 원산지 증명 검증제도를 둔 취지

대법원은 위와 같은 간접검증방식제도의 취지와 관련하여, ‘자유무역협정 관세법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은 협정 당사국들 사이에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여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당사국들 간 무역 장벽을 제거하여 무역과 투자 흐름을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고용기회를 창출하고 생활수준의 향상 및 실질소득의 지속적인 증가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자유무역협정 관세법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은 당사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의 수입과 수출에 대하여 관세를 철폐하거나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협정관세를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 그 적용 요건이 되는 원산지의 검증을 위하여 당사국 사이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역할을 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당사국의 수출자나 생산자가 작성하는 원산지신고서에 대하여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이 검증을 요청하면 수출 당사국의 관세당국이 검증을 수행하는 간접검증방식을 채택하여,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은 원칙적으로 수출 당사국의 관세당국이 수행하여 회신한 검증결과를 존중하되, 10개월 내에 회신이 없거나 해당 서류의 진정성 또는 상품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지 아니하는 회신인 경우에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협정관세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체약상대국 관세당국이 회신기간 내에 회신을 하지 아니한 데에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와 같이 간접검증방식에 의한 원산지의 검증은 수출 당사국의 발급자가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며 그 검증을 위하여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고 있는 사정과 아울러 자유무역협정 관세법과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에서 간접검증방식에 의한 원산지 증명 검증제도를 둔 취지를 종합하여 그 회신 지연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5두50399 판결,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두5644 판결).

나. 대상 판결의 의의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에 따르면 인증수출자가 작성한 원산지신고서에 근거하여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물품은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이 정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만, 제출된 원산지신고서는 인증수출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었고, 수출 당사국인 영국 관세당국은 이 사건 수입물품이 이 사건 자유무역협정의 특혜관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회신하였다. 영국의 인증수출자가 이 사건 수입물품을 제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 수입물품의 원산지는 영국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실질을 중시한다면 비록 서류의 기재가 이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협정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이 사건의 경우 한·EU FTA 체약당사국인 수출 관세당국의 간접검증결과회신에 제출된 원산지신고서에 진정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라고 판단하여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상 판결은 협정세율의 적용을 제한적으로 보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간접검증방식에 의한 원산지 증명 검증제도 하에서 예외적으로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경우인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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