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법인은 해외법인 명의의 ‘해외금융계좌’의 신고의무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현행법상 해외금융계좌에 일정금액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다음 연도 6월 한 달간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이를 신고해야 한다. 이는 거주자와 내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해 불법 재산해외반출 및 역외소득탈루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신고하지 않으면 미신고과태료, 형사처벌 및 명단공개 등 제재를 당한다.

A씨 회사는 홍콩법인과 대만법인의 실질적 소유자다. 이들 해외법인의 해외금융계좌에는 2015년도 기준 최고 68억975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2016년 6월 A씨는 이를 관할 세무서인 서초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완전모회사와 완전자회사는 독립적인 법인격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나, 완전모회사는 그 내부 의사결정 등을 통해 완전자회사를 직접 지배·관리하게 되고, 실제로 다수의 해외법인 소유 해외금융계좌들이 완전모회사의 자금은닉 등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완전자회사를 통해 해외금융계좌를 사실상 관리하는 완전모회사를 실질적 소유자로 보아 신고의무를 부담시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당초 기재부는 해외 자회사가 국내 모회사로부터 출자받은 출자금으로 현지에서 독립된 경영활동을 수행하며 보유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는 국내 모회사에게 신고의무가 없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내국법인이 해외지점을 개설해 현지에서 보유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는 내국법인이 신고의무를 부담하고, 내국법인이 해외에서 의결권있는 주식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하는 완전자회사를 설립해 현지에서 보유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는 내국법인이 신고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돼 형평성에 반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신고의무자 판정기준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구 국제조세조정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해 무효라며 무죄를 판단한 것은 실질적 소유자 개념과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파기환송했다.

한편 국세청은 “해외사업장, 지점 및 100% 해외현지법인의 계좌도 신고대상”이라며 “국내 모법인은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소재한 지분 100% 해외현지법인(자회사・손자회사 등을 말함)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도 자신이 보유한 것과 동일하게 보아 신고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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