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대 세금을 걷는 사람들은 ‘징세청부인’이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징세권을 사들인후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었다. 당연히 이들은 사들인 금액보다 많은 액수의 세금을 거두어 들였다. 백성들의 반발이 컸다. 이후 프랑스 혁명이전까지 프랑스 등에서도 징세청부인제도를 운영했다. 프랑스 역시 백성들의 원성이 커지자 ‘징세공무원’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징세공무원들은 정해진 금액만 징수하고 정해진 보수를 받도록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개혁이었다. 그리고 이들 징세공무원들의 징수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감사제도를 만들어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게 했다. 아마도 오늘날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감사원 같은 것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당시 징세공무원 격인 국세청을 두어 법률에 정해진바에 따라 세금을 걷고 있다. 그리고 감사원을 두어 국세행정을 감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감사관실을 두고 있다. 감사원이 사후 감사를 하기 이전에 국세공무원들이 징세권을 행사하면서 잘못 처리한 것이 있다면 즉시 내부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그리고 징세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자체적으로 걸러내기위해 만든 내부 감시조직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운영중인 자체 감사기능의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감사관실이 일선세무서 등에 대한감사를 벌인 결과 2015년에는 2116건에 과소·과다부과 금액만 4529억원, 3155명에 대해 신분상조치를 내렸다. 2016년에는 2939건(7051억원)의 감사지적사항과 3062명의 신분상조치가 있었으며, 2017년에는 2718건(5915억원)에 2412명, 2018년에는 2375건(4717억원)에 2697명의 신분상조치가 내려졌다. 즉 내부감사를 벌여 연간 2~3000여명의 국세청 직원들이 징계 또는 경고, 주의조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7월까지 징계를 받은 국세공무원은 2697명이었다. 국세청 정원의 약 13%를 차지하는 숫자다. 세무공무원이 납세자로부터 세무조사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다는 뉴스 같은 것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국세청의 감사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감사를 하고 있지만 외부감사기능인 감사원이 나서면 또 나온다. 2014년(`14.7~`15.6)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이 138건이었다. 이로인해 징계·주의 등 94명이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2015년(`15.7~`16.6)에는 감사지적사항 87건, 신분상조치 83명, 2016년(`16.7~`17.6)에는 감사지적사항 85건, 신분상조치 71건, 2017년(`17.7~`18.6)에는 감사지적사항 37건에 신분상조치 10명, 2018년(`18.7~`19.6)에는 75건의 감사지적사항과 37명에 대해 신분상조치가 내려졌다.

국세청이 연중으로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감사원 감사는 한번 실시할 때 전수 조사가 아닌 극히 일부분의 ‘샘플링’으로 표본을 추출해 감사를 벌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세행정의 시정돼야 할 부분은 더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결국 감사원으로부터 적잖은 지적을 받는다는 것은 국세청 내에서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자체 감사관실에서 발견하고도 ‘봐주기나 내 식구 감싸기식 감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국세청 감사관실은 국세청장 직속의 ‘핵심부서’다. 감사관실에 들어온 정보는 국세청장의 귀로 바로 들어간다. 감사관실에서 제대로 처리하고 싶어도 청장의 눈치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조직의 보호 등에서 원칙보다는 정무적으로 처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세청의 감사기능을 아예 봐줄 수 없는, 사심과 인정이 빌붙을 수 없는 구조로 바꿔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임기가 되어서인지, 중도하차인지, 때마침 국세청 감사관 공모가 떴다. 국세청 감사관직은 외부공모직이다. 그간 감사원 출신도 오고, 검사출신도 왔었다. 올 때는 떠들썩했다. 그러나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차제에 국세청 감사기능을 아예 외부로 독립시키면 어떨까. 아마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는 듬뿍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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