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출신들은 본청 전입 기수 조절…부이사관 문턱에 겨우 7명 근무
 

박근혜 정부에서 56%였던 행정고시출신 지방청장의 비율이 문재인 정부 들어 81%로 급증하는 등 국세청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행시 출신 비중이 높아져가고 있다. 이처럼 행시 출신들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비고시 출신들을 요직에 배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인사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본청에 근무하는 4급 이상 관리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세정일보가 국세청 4급 이상 세무공무원의 임용경로를 분석한 결과, 정무직인 국세청장을 포함해 총 307명 중 세무대학 출신인 8급 특채가 149명(48.53%)로 가장 많았으며, 행정고시 출신이 105명(34.2%)으로 그 뒤를 이었고, 7급 공채 출신이 36명(11.73%), 9급 공채가 2명(0.65%), 그밖에 기술고시와 개방직, 특채 등 기타가 15명(4.89%)로 나타났다.

‘승진을 하려면 본청으로 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본청에서 근무 중인 자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한 계단 올라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청에서 근무하는 자들 중 4급 이상 관리자의 임용비율을 살펴보면 비고시 출신자들보다 행시 출신자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부이사관 승진의 문턱에 행시출신들이 더 많이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20년 상반기 서기관 승진인사 전 기준으로 국세청 본청에 근무 중인 4급 이상 관리자의 수는 총 56명이다. 이들의 임용경로를 살펴보면 행시 출신이 34명(60.71%)으로 가장 많으며, 세무대학 출신자가 9명(16%), 7급 공채 출신이 6명(10.71%), 그 외 기술직과 개방직 등 기타 7명(12.5%)다. 즉 세종 본청에서 근무하는 비고시의 수가 행시출신자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세청 전체 세무공무원 중 4급 이상 관리자 100명 중 61명이 비고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34명에 불과한 행시출신자들이 ‘승진을 위한 문턱’이라는 본청 근무자가 더 많은 것이다.

비고시 출신 중 8급 특채는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국세청에 입문한 자들을 말하는데, 서울 시내 세무서장들이 대부분 세무대학 출신자들로 임명되는 등 중간 관리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비고시 출신들은 많이 승진해봤자 ‘세무서장’ 타이틀을 쥐는 것이 대부분인 만큼 승진에 한계가 있다.

다만 비고시 출신 중에서도 1급청장인 서울청장 혹은 국세청의 2인자인 차장자리까지 고위공무원단 가급으로 올라선 인물이 있었기에 1급 승진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도 비고시라 하더라도 임용과 관계없이 업무능력이 출중한 이들이 많다.

현재 본청 세대출신 서기관 이상급을 살펴보면 고공단으로는 세대2기 출신의 이청룡 소득지원국장(63년, 경남 거제) 단 한명이 있으며, 3급 부이사관으로는 세대4기의 김재철 대변인(64년, 전남 장흥)과 세대5기의 장일현 역외탈세정보담당관(66년, 서울)이 있다.

나머지는 서기관으로, 장신기 국세통계담당관(67년, 전남 순천, 세대4기), 박수복 심사2담당관(66년, 경북 청도, 세대5기), 박광종 부가가치세과장(67년, 전남 광산, 세대5기), 양동구 법인세과장(66년, 전남 순천, 세대5기), 김길용 부동산납세과장(66년, 경북 김천, 세대5기), 한경선 조사분석과장(67년, 충남 대천, 세대6기), 이은규 조사2과장(67년, 전북 정읍, 세대7기) 등 7명이다.

7급 공채 출신으로는 지난5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유병철 징세과장(66년)과 서기관으로는 송영주 전산기획담당관(65년), 나향미 정보화3담당관(66년), 최인순 국제세원관리담당관(65년), 이준희 원천세과장(65년), 김승민 장려세제운영과장(69년)이 있다.

이렇듯 승진을 위해 대기 중인 비고시 출신들이 많이 있지만, 국세청은 세대출신들의 기수 조절을 위해 본청으로의 발령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4급 이상 본청 근무 세대출신자는 세대 5~7기에 머물러있다.

연령대로 볼 때 7급 공채 출신들이 대부분 65~66년생인 점, 세대5기 출신이 66년생인 점 등을 미루어볼 때 이들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고 일정 코스를 밟은 뒤에 적어도 지방청장을 꿈꾸기 위해서는 부랴부랴 요직으로 임명돼야만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세무서장들의 연령명퇴 대상이 1962년생인 만큼 남은 시간은 대략 4~5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행시들이 이끌어가는 조직인 만큼, 세대출신자들이 행정고시라는 출발선이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전 정부에서 비고시 출신자들이 고위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시 출신자들이 생각보다 국세청에 적었던 점이 작용했다. 반면 36~38회 출신이 많이 포진돼 있는 만큼 비고시의 설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우선 써먹기 쉽다는 점에서 행시출신들을 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그러다보니 행시 출신들의 경우 젊은 나이에 지방청장을 한 후 옷을 벗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국가 인재활용 차원과 국세청 조직의 대다수를 점하는 비고시 출신들의 사기진작 등에서라도 고시와 비고시의 적절한 안배 인사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국세청 본청 과장급이상 (8급특채 및 공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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