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주택 보유 중인 고위공직자들에게 주택 매각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승진할 사람만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고위공직자 중 관보를 통해 재산이 공개된 이들은 김현준 국세청장을 포함해 총 9명이다. 이들 9명 중 현재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대상은 구진열 인천국세청장과 한재연 대전국세청장 두 명이다. 나머지 청장들은 1주택자거나 무주택자로, 김현준 국세청장은 국세청장 임명 전 분당 아파트를 매각했고, 김명준 서울국세청장은 올 들어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하고 1주택자가 됐다.

이렇듯 국민 앞에 공개되는 국세청 고위직의 재산은 9명이지만 실제로 총리실에서 다주택 매각을 지시한 고위공무원단의 수는 총 37명이다. 재산이 공개되지 않은 이들만 해도 28명.

국세청은 이들 28명에 대한 다주택자 현황 파악에 나섰을까.

14일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중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직자들의 주택 매각은 국세청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므로 구체적인 지침 등이 내려올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차피 그만둘 사람들의 경우 굳이 주택매각을 하지 않을 예정이며, 앞으로 (고공단으로)승진할 생각이 있는 공무원들의 경우에만 정부 지침이 내려온 후에 매각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총리실에서도 고위공무원단 승진 기준에 부동산 항목을 넣었던 적도, 검토한 적도 없어 실제로는 각 기관장의 책임 하에 진행되며 총리실 차원에서의 특별한 지시가 내려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고공단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인사혁신처에서 역량평가를,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하며, 인사검증 내용에 부동산이 추가될지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정부지침이 내려오면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지만, 사실상 청와대 고위직 등 현실적인 문제로 다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별도로 기관장들의 다주택 여부를 파악해 매각하라고 지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팔아야한다면 어차피 승진할 사람들만 팔지 않겠느냐”며 “그마저도 인사검증 항목에 다주택 여부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매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관보에 재산이 공개된 국세청 고위직들의 주택을 살펴보면 9명 중 김현준 국세청장(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이준오 중부청장(서초 반포경남아파트), 구진열 인천청장(송파구 진주아파트, 현대아파트), 한재연 대전청장(강남 미도아파트, 은마아파트), 박석현 광주청장과 이동신 부산청장(서초 신반포한신아파트) 등 6명은 강남권에 주택을 보유 중이다. 김명준 서울청장은 마포구(공덕 마포현대아파트)에, 김대지 국세청 차장은 무주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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