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모두 팔아야 1년치 '빚 잔치'…HDC와 소송전, 구조조정도 불가피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고 말았다. 지난 11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이 ‘노딜(No Deal)’로 마무리된 상황에서 채권단의 발아래 놓인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미래는 한치 앞도 미래를 점칠 수 없게 됐다.

수 년 전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던 아시아나항공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시장에 내놓은 작년 7월 이후 같은 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아시아나항공은 범(凡)현대家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그러나 인수 예정자였던 HDC현산은 부실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지난달 채권단 및 양측 대표간 대면협상 마저 이렇다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11일 금호산업은 계약해지 통보를 날렸고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안기금을 통해 Credit Line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원 등이며,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이다.

채권단은 기안기금 지원 후 영구채 8000억원의 주식 전환,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30.79%) 감자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사태 등으로 막대한 위기상황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을 지원받아 고용유지, 경영개선 노력, 이익배당 금지, 고액연봉자 보수인상 금지 등 산업은행법에 규정된 지원 요건을 이행하게 된다.

채권단도 M&A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위기 및 이로 인한 항공기 운항 차질 등 국가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정상화 방안을 실행할 계획을 밝혔다.

▶빚 갚을 자산매각, 무엇 있나

아시아나항공이 정부의 기업안정자금(기안기금)으로 받는 2조4000억원은 원칙적으로 계열회사 지원이나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 없다. 유동성 악화와 함 기안기금까지 지원받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규모는 5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중 1년 내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만도 2조원 수준이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회생 불가능한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에 더이상 지원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매각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유동성을 확보를 위해 투자지분도 처분해야 한다. 항공운송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부나 자산도 매각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LCC 자회사와 투자지분, 리조트·골프장 등과 다른 보유 부동산 등을 매각해 1조94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애초 HDC에 통매각하려 했던 나머지 자회사도 매각하고 이 회수 자금으로 차임금 상환에 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힘들여 가능한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한다 해도 그 규모는 대략 2조원 수준이지만 이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수준에 그친다. 앞으로 상환해야 할 차입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추가로 지원받게 되면 총 차입금은 5조원에 육박한다.

▶소송전 불가피, 체질개선도 시급

여기에 매각협상 결렬로 인한 HDC측과의 소송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HDC가 앞서 계약한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의 인수금액 2조50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전에 돌입할 것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HDC는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 통보를 받자 이번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 때문이라며, 인수과정 중에 인수인 동의 없이 진행된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에 대한 재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산은과 금호산업 측에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따른 법적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내식 부당지원 혐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도 부담이다. HDC가 박삼구 회장 일가의 계열사 부당지원 등 부정행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를 위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자체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높은 부채 원인인 항공기 운용리스를 순차적으로 반납할 예정이다.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고강도 구조조정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노선 조정, 내부 원가 절감, 조직개편 등의 자구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