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잠실세무서에서 백주대낮에 50대 남성이 세무서 여직원을 칼로 찌르는 참극이 발생했다. 뒤에 알고 보니 그 남성은 피해 여성과 이전에 같은 세무서에서 근무했던 동료였던 것으로 드러나 세정가에 충격을 던졌다.

지금 세정가는 그 소식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뒷말들이 돈다. 왜 그랬을까. 소위 ‘카더라 통신’들이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다. 많은 인터넷 기사들은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짖고 있다. 당연히 개인적인 원한이 맞을 것이다. 죽은 자가 그 여성세무공무원에게만 위해를 가했으니 말이다. 세무서나 국세청에 원한이 있었다면 세무서에 불을 지르거나 세무서장을 찾아 위해를 가하는 방법을 택했을 수 있다.

범행을 저지른 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아무도 그 범행의 동기를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상대에게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본인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으니 일반 상식에 비추어 깊은 원한 때문으로 추정할 뿐이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국세청과 국세공무원들의 면(面)이 많이 깎였다는 것이다. 균공애민의 정신으로 세금정의를 위해 영일없이 일하는 국세공무원들간의 칼부림이 있었다면 어떤 일일까. 감정싸움, 가정사, 애정사, 업무에 의한 다툼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서로간의 업무에 의한 마찰이 발전되어 칼부림으로까지 이어졌다면 이는 국세행정의 시스템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데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서는 안된다.

납세자들은 국세공무원의 처분을 금지옥엽으로 믿고 따르는데 국세공무원간의 의견충돌로 칼부림까지 발전되었다면 국세행정 내부의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는 미궁에 빠졌다. 설()만 난무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국세공무원간의 칼부림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적잖은 공포를 안겼다. 그날 잠실세무서를 찾은 민원인들은 ‘대체 무슨 일이냐’라면서 놀란 가슴을 아직도 부여잡고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일말의 말이 없다. 한마디로 개인적 원한에 의한 사건이니 우리(국세청)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의 인식이 틀렸다. 최소한 ‘국세공무원 간의 칼부림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우려와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정도의 사과 한마디는 있어야 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이 다되어감에도 감감무소식이다.

대신 들리는 소리는 세무서에 방호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세무서 출입의 안전조치를 좀 더 강화했다고 한다. 보안이 미흡해서 타세무서의 직원이 잠실세무서로 쉽게 찾아와 난리를 부렸다고 보았는 모양이다. 격화소양(隔靴搔癢)이 따로없다.

덧붙이면 잠실세무서 사건이 지금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생각처럼 개인적 원한(일탈)이라면 그런 개인적 일탈이 자꾸 일어난다는 데서도 방호원 배치라는 미봉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국세청의 조치는 보안강화 외 다른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세무공무원이 술에 취해 경찰관을 매달고 내달려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것이나, 여중생을 성추행한 사건이나, 세무서장이 한밤중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나 모두 개인적 일탈이다. 과거엔 금품사건이 많았으나, 국세청의 각고의 노력으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국세공무원의 품위를 의심케하는 다른 쪽의 개인적 일탈이 자주 발생하면서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세행정이 징세행정 위주에서 서비스조직으로 변화하면서 세무공무원이라고 폼 잡는 것도, 뒷돈 생기는 일도 사라졌다. 일정기간 국세공무원으로 근무하면 부여되던 ‘세무사 자동자격증제도’도 없어졌다. 그러자 국세공무원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젊은 국세공무원들의 정서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 세정전문가는 “최근들어서는 금품수수보다 관리가 더욱 어려운 개인적 사치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고언한다.

맞는 말이다. 일주일에 하루 한끼를 굶어 아낀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준다는 착한 국세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국세공무원이라는 자긍심보다 개인적 치부를 먼저 생각하는 국세공무원도 있을 수 있다. 그 공무원이 후자라면 용납되어서 안된다. 하루속히 솎아내어야 한다. 세금정의를 외치는 국세공무원이라면 최소한의 양심과 품위라도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분명하다. 한 두명의 일탈이 선량하고, 고생하는 나머지 2만명의 국세공무원들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왜 공무원을 하는가? 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 당신들 선배들을 보라.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는가. 국세공무원으로 쌓은 지식을 무료세무상담으로 봉사하고, 어려운 납세자들을 위해 무료불복대리를 넘어 여러 단체에서의 자원봉사, 공익재단의 운용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고 있다. 지금보다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봉사와 배려·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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