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로 처벌받으면서 뇌물 상당액에 대한 추징선고 후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경우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

1. 사실관계와 쟁점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A는 2008. 7.경 재건축과 관련한 업체로부터 8,800만원을 받았는데, 이로 인하여 A는 뇌물죄로 기소되어 징역형과 함께 뇌물 상당액인 8,800만원에 대한 추징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다.

A는 2011. 2.경 추징금을 전액 납부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관할 세무서장은 A가 받은 뇌물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2. 9.경 A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위와 같이 뇌물죄로 처벌받으면서 뇌물 상당액에 대한 추징선고를 받아 추징금을 납부한 경우에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A는 소득세 납세의무가 없음

대법원은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유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취지에서 소득세법은 뇌물,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은 금품을 소득세 과세대상인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뇌물 등 위법소득은 그 소득을 얻은 때에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는 것이고, 만약 과세 이후에 위법소득이 몰수나 추징에 의하여 환수되었다면 이 경우에는 납세자가 위법소득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상실한 것이 되므로 납세의무 성립 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보아 납세자로 하여금 감액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A가 뇌물로 받은 8,800만원에 관하여는 그 수령 당시에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추징으로 인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한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으므로, 당초 위법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던 적이 있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대법원은 뇌물죄와 관련하여 추징금을 납부하더라도 소득세 과세대상이 되고, 이미 성립한 소득세 납세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즉, 종전에 대법원은, ‘납세자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금원을 교부받은 후 그에 대하여 원귀속자에게 환원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 그로써 소득세법상의 과세대상이 된 소득은 이미 실현된 것이고, 그 후 납세자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그에 대한 추징이 확정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금원을 모두 국가에 추징당하게 될 것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납세자의 그 금품수수가 형사적으로 처벌대상이 되는 범죄행위가 됨에 따라 그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로서 추징이 가하여진 결과에 불과하여 이를 원귀속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그 추징 및 집행만을 들어 납세자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교부받은 금원 상당의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두431 판결 등).

그런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논리에는 맞지 않았다.

즉, 위법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는 이유는 위법소득을 얻은 자가 위법소득을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이익을 향수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고, 따라서 그 과세논리를 일관한다면 위법소득의 몰수나 추징으로 인하여 더 이상 위법소득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관리나 향수를 할 수 없게 되었다면 과세를 조정해 주는 것이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논리를 일관성있게 적용하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글, 유철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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