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2008. 3. 10. 아버지인 박OO으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그 돈으로 같은 날 박OO 등이 설립한 주식회사 △△의 신주를 인수하였다.

나. 주식회사 △△는 2011. 11. 2. 주식회사 □□에 흡수합병되었고, 원고들은 주식회사 □□으로부터 합병신주를 받았다.

다. 피고는 원고들이 박OO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받고 그날부터 5년 이내에 주식회사 △△가 주식회사 □□에 합병됨에 따라 그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원고들에게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2조 제4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각 증여세를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현금을 증여받아 바로 설립자본금으로 납입한 경우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합병”의 의미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고등법원 2017. 2. 10. 선고 2016누50503 판결)

가. 원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판단

(1)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납세의무자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한 경우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실질에 따라 과세요건이 되는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발생, 귀속과 내용 등을 파악하여 과세하여야 한다는 국세부과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0두1385 판결 참조).

(2) 갑 제10호증의1, 2, 갑 제11호증의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박OO은 2008. 3. 10. 원고들에게 현금을 증여하였고, 주식회사 △△는 같은 날 설립된 사실, 주식회사 △△의 주주로는 부모・자녀관계인 박OO, 오OO, 원고들만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박OO으로부터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박OO은 ○○그룹의 회장으로서 주식회사 ★★의 최대주주였는바 주식회사 ○○의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를 통하여 주식회사 ○○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식회사 △△가 설립되고 나서부터 박OO은 주식회사 ★★와 주식회사 □□을 통하여 주식회사 ○○을 지배하게 되었고, 주식회사 △△가 주식회사 □□에 합병되게 됨에 따라 주식회사 △△의 주주들은 간접적으로 주식회사 ○○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의 변화가 가능하였던 이유는 주식회사 ★★, 주식회사 □□의 최대주주가 박OO으로서 의사결정권자였고 주식회사 △△의 주주가 박OO 자신을 포함한 부모・자녀 관계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고, 지배구조의 변화를 하게 된 이유로는 주식회사 ★★는 코스닥 상장회사로서 여러 가지 법적 규제를 받고 있는 점, 비상장회사를 주식회사 ○○의 대주주로 확보함으로써 박OO의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박OO이 자신의 재산을 미리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분산시켜 놓을 수 있는 점이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목적 하에 주식회사 △△가 2008. 3. 10. 설립되었고, 실제로 주식회사 △△는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은 2008. 4. 23. 주식회사 ○○의 주식 150만 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식회사 ◇◇의 주식 전부를 매입하고, 같은 날 주식회사 □□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주식회사 □□의 지분 37.5%를 확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식회사 △△가 주식회사 □□의 대주주가 된 이후에 주식회사 □□은 주식회사 ○○의 전환사채를 인수하여 결국 주식회사 ○○의 지분 15.32%를 취득하였다. 위 유상증자 참여는 주식회사 □□의 100% 주주였던 박OO이 신주인수권을 포기함에 따라 가능한 것이었고, 주식회사 □□의 전환사채 인수는 주식회사 ○○이 주식회사 □□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는바 이는 모두 박OO의 영향력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원고들은 이를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과정을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② 박OO이 주식회사 △△를 위 ①항에서 본 바와 같은 목적으로 설립할 예정이었던 이상, 박OO의 실질적 의사는 원고들에게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하는데 있다고 보 인다. 그럼에도 박OO은 원고들에게 주식취득자금을 증여하고 원고들로 하여금 주식회사 △△의 주식을 취득하게 하는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므로 박OO의 의사 및 그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점을 고려할 때 박OO이 원고들에게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③ 주식회사 △△의 주주 중 오랫동안 알루미늄 관련 사업을 하여 온 박OO 외에는 실제로 경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나머지 주주들이 모두 박OO의 가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박OO이 영향력을 전부 행사하였다고 보이고, 원고들이 박OO으로부터 받은 금원으로 비상장회사였던 주식회사 △△의 설립자금을 납부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박OO의 의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무엇보다, 원고들은 2008. 3. 10. 박OO으로부터 금원을 증여받은 후 같은 날 위 금원을 주식회사 △△의 설립자금으로 바로 납부하였는바, 시간의 근접성, 증여금원과 주식회사 △△ 설립자금의 금액이 거의 동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실질적으로 박OO으로부터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만약 납세자가 현금을 증여받은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경제적 판단을 하여 특정재산을 취득하였고 또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그 재산의 가치가 증가한 경우에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면 그 과세 범위를 제한할 수 없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들이 증여받은 현금의 사용처에 대하여 독자적인 경제적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고, 박OO으로부터 주식회사 △△의 주식취득자금으로 특정된 현금을 증여받아 바로 주식취득자금으로 사용하였다면 이는 박OO으로부터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받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나.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합병’의 의미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1)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법규 상호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취지 및 목적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대법원 2008. 2. 15. 선고2007두4438 판결 등 참조).

(2)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의 의미

(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은 미성년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아 취득하고 그 재산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공유물 분할, 사업의 인가・허가,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 등의 사유(이하 ‘재산가치증가사유’라 한다)로 인한 그 재산가치의 증가에 따른 이익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규정을 비롯한 구 상증세법 관련규정의 내용들과 입법경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 규정하고 있던 ‘합병’은 구 상증세법 제41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에 따른 상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①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은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상장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를, 같은 법 제41조의5는 ‘합병에 따른 상장 등 이익의 증여’를 규정하고 있는데, 1999. 12. 28. 구 상증세법이 개정되면서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을 신설하여 상장에 따른 변칙증여에 대하여 과세하게 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합병의 방법을 이용한 변칙증여가 발생하여 이를 규제하기 위하여 2002. 12. 18. 위 제41조의5를 신설하였다. 그런데 개별적 예시규정의 하나인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 및 제41조의5는 최대주주등의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등이 속한 법인의 주식을 증여받은 후 상장되거나 특수관계인이 다른 법인의 주식을 취득한 후 특수관계에 있는 주권상장법인과 합병함으로써 상장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상장(합병에 의한 상장 포함)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상증세법의 개정에 의하여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위 조항으로 과세할 수 없는 경우에도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적 예시규정인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이 신설되었는바,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서 규정된 재산가치증가사유의 하나인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은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상장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같은 법 제41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에 따른 상장 등 이익의 증여’에 대한 포괄적인 예시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② 구 상증세법 제38조에서 대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에 의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 그 합병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면서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단서에서「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권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같은 법 제165조의4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라 하는 합병과 같은 공정성이 담보되는 합병의 경우에는 위 제38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바, 이를 보더라도 구 상증세법은 단순한 ‘합병’ 일반을 증여세의 과세계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③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법문상 ‘주식 및 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으로 되어 있어 ‘합병’은 ‘주식 및 출자지분의’와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 경우 주식 등의 합병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므로 결국 ‘주식 및 출자지분의 합병에 따른 상장’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보이며, 위 조항에 함께 열거된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공유물 분할, 사업의 인・허가, 상장,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의9 제5항에 열거된 한국금융투자협회에의 등록, 보험사고의 발생 등은 모두 일반적으로 재산가치가 증가되는 사유로 볼 수 있음에 반해 회사의 단순한 합병은 일반적으로 그와 같이 보기는 어렵다.

④ 구 상증세법 및 이 사건 처분 이후 개정된 구 상증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된 것)의 규정들을 보더라도, ‘합병’을 과세계기로 포착하고 있는 것은 제38조(불공정비율에 따른 합병의 경우) 또는 제41조의5(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의 경우) 정도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은 조세법률 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서 재산가치증가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이라는 문언에만 의존하여 그 의미를 종전부터 위 제38조와 제41조의5로 과세해 오던 것 외에 추가로 ‘합병 일반’으로까지 그 과세 외연을 더 넓힌 것임이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특히 2015. 12. 15.자로 개정된 구 상증세법은 구 상증세법 제42조의 개정과 관련하여 “그 밖의 이익의 증여 구체화(제42조, 제42조의2 및 제42조의3 신설) : 현행 제42조에 통합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익의 증여를 개별 유형별로 분류하여 별도 조문으로 구성하여 각각 증여 예시적 성격의 규정임을 명확히 함.”이라고 그 개정이유를 밝히고 있는바, 위와 같이 개정된 상증세법 제42조의3(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을 별도 조문으로 신설하여 그 성격을 명확히 한 것)에 의하면, 종전에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서 재산가치증가사유로 규정하고 있던 것 중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 부분은 아예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종전부터 ‘합병’을 과세계기로 포착하고 있던 제38조 및 제41조의5의 규정은 대체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 규정하고 있던 ‘합병’은 상증세법 제41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에 의한 상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⑥ 결국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은 수증자가 해당 주식을 타인으로부터 증여받는 등 제42조 제4항 각호의 방법으로 취득한 후 해당 법인이 다른 주권상장법인과 합병됨에 따라 상장되는 결과가 발생하여 주식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일정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 과세함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박OO으로부터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주식회사 □□이 주식회사 △△를 흡수합병하였으나 주식회사 △△가 합병에 따라 상장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재산가치증가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7두37376 판결)

가. 이 사건 조항은 ‘미성년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아 취득하고 그 재산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공유물 분할, 사업의 인가․허가,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 등의 사유(이하 ‘재산가치증가사유’라 한다)로 일정한 재산가치증가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조항과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41조의5 등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입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에서 재산가치증가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합병’은 구 상증세법 제41조의5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에 따른 상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들이 박OO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주식회사 △△의 주식을 증여받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주식회사 △△가 주식회사 □□에 합병되었더라도 주식회사 △△가 합병에 따라 상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산가치증가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현금 증여를 주식 증여로 볼 수 있는지

이 쟁점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우회거래·다단계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1)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우회거래·다단계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할 수 있는 요건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적용기준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다.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에서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하여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증여세 차원에서 규정하여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당해 거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당사자의 행위 또는 외부적 요인 등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경제적 효과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직접 증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 참조).

한편, 대법원은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 제3항에 의하여, 당사자가 거친 여러 단계의 거래 등 법적 형식이나 법률관계를 재구성하여 직접적인 하나의 거래에 의한 증여로 보고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재산이전의 실질이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거래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거래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거래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거래 또는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러한 거래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 및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4두41411 판결)라고 하여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거래를 재구성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였다.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과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4두41411 판결이 밝힌 우회거래·다단계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할 수 있는 요건은 구 상증세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규정과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이 문제되는 사안에는 모두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우회거래·다단계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할 수 있는 요건은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재산이전의 실질이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우회거래·다단계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로 인하여 회피된 조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요건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아버지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이를 신설법인의 신주인수대금으로 납입하여 신주를 취득하였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원고들이 아버지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신주를 취득한 거래를 조세회피목적의 우회거래로 보아 원고들이 아버지로부터 직접 신설법인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재구성한 후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을 적용하였다. 제1심과 원심, 대상 판결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였다. 원고들이 현금을 증여받아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하여 신주를 취득한 행위를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우회거래로 보아 신주를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원고들이 현금을 증여받아 신주를 취득한 행위에 어떠한 조세도 회피되지 않았고, 대상 판결에 따르면 그 이후 합병과정에서도 원고들이 조세를 회피한 사실이 없다. 그렇다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원고들의 행위를 조세회피목적의 우회거래로 보아 원고들이 아버지로부터 직접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거래를 재구성할 수는 없다. 원고들은 아버지로부터 주식이 아니라 현금을 증여받은 것이고, 따라서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문제가 있다.

나.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합병”의 의미 관련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은 “미성년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사유로 재산을 취득하고 그 재산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공유물(共有物) 분할, 사업의 인가·허가,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이하 이 조에서 “재산가치증가사유”라 한다)로 인한 그 재산가치의 증가에 따른 이익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를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공유물 분할, 사업의 인가·허가,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을 재산가치증가사유로 예시하고 있다.

구 상증세법 제38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의 합병(분할합병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인하여 소멸하거나 흡수되는 법인 또는 신설되거나 존속하는 법인[이하 "합병당사법인”(합병당사법인)이라 한다]의 주주(출자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주주가 합병으로 인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받은 경우”를 개별예시규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합병 자체를 증여의 계기로 보고 있다. 다만,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에 의하면, 구 상증세법 제38조는 합병당사법인의 주가가 과대평가된 경우 대주주가 얻은 이익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이므로 불공정한 합병을 전제로 한다.

또한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은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상장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를, 제41조의5는 합병에 따른 상장 등 이익의 증여를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예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구 상증세법은 개별예시규정으로 불공정한 합병,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상장, 합병에 따른 상장을 증여 계기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상증세법 제42조는 그 앞의 개별예시규정으로 과세할 수 없는 증여행위를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포괄예시규정이다. 그렇다면,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에서 “주식·출자지분의 상장”은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과 제41조의5에 포섭되지 않는 주식이나 출자지분의 상장을, 그리고 “합병”은 구 상증세법 제38조에 포섭되지 않는 합병, 즉, 특수관계 있는 법인간의 불공정한 합병으로 대주주 이외의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나 특수관계 없는 법인간의 불공정한 합병으로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 등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합병”이 구 상증세법 제38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41조의5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을 연결하여 ‘합병에 따른 상장’으로 해석하였다.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문언(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취지와 위 관련 규정(구 상증세법 제38조, 제41조의3, 제41조의5, 제42조)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대상 판결의 해석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합병”의 의미를 ‘합병에 따른 상장’으로 해석하여 그 적용 대상을 제한하였다. 대상 판결에 따라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합병”부분은 구 상증세법 제41조의5에 포섭되지 않는 합병으로 인한 상장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근거가 된다. 다만, 이러한 해석은 변칙 증여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위해 도입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취지와 위 나.항에서 본 관련 규정에는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의 “주식·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은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구 상증세법이 개정되면서 삭제되어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위 개정시 현행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4호는 “제33조부터 제39조까지, 제39조의2, 제39조의3, 제40조, 제41조의2부터 제41조의5까지, 제42조, 제42조의2 또는 제42조의3에 해당하는 경우의 그 재산 또는 이익”을, 제6호는 “제4호 각 규정의 경우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등 제4호의 각 규정을 준용하여 증여재산의 가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의 그 재산 또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 제6호는 완전포괄예시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서 불공정한 합병으로 주주가 이익을 얻었다면, 위 제6호를 적용하여 과세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현행 상증세법 제38조에 포섭되지 않는 합병의 경우에는 여전히 과세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기재부 고문변호사
△ 전 행안부 고문변호사
△ 전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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