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피고인은 ○○기업 주식회사(이하 ‘○○기업’이라 한다)의 실제 사주로서 공소외 1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은 2009. 7. 공소외 1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기업 주식 5,000주에 관하여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이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1. 6. 공소외 2 명의로 ○○기업이 발행한 신주 1,250주를 인수하고 인수대금 1,250만 원을 납부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4. 12. 공소외 2 명의의 위 합계 6,250주의 주식을 자신의 조카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하고 명의개서를 마친 다음, 2015. 3. 공소외 2 명의의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신고서(이하 ‘이 사건 과세표준신고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관할세무서에 제출하였다.

라. 한편, 공소외 2의 남편이자 피고인이 운영하는 사업의 투자자인 공소외 3은 2018. 11. 26. 피고인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하였고, 검사가 같은 내용으로 기소하였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주식을 명의신탁한 후 명의수탁자를 변경하기 위해 제3자에게 주식을 양도한 피고인이 수탁자의 명의로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신고서 등을 작성·제출한 경우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울산지방법원 2021. 11. 26. 선고 2021노770 판결)

원심은, 명의신탁된 재산의 처분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는 행위는 공법행위로서 명의신탁 재산에 대한 처분 등 사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다를 뿐 아니라 이러한 과세표준 및 세액 신고행위가 재산의 처분행위의 구성요소라거나 처분 등과 관련된 필수적 수반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과세표준신고서를 위조하여 행사한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도17197 판결)

가. 관련 법리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의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관해서 수탁자가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신탁자에게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신탁재산의 처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에 수탁자로부터 개별적인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문서위조ㆍ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수탁자가 명의신탁받은 사실을 부인하여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또는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더라도 신탁자의 신탁재산 처분권한을 다투는 경우에는 신탁재산에 관한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관해서 신탁자에게 부여하였던 수탁자 명의사용에 대한 포괄적 허용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명의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425 판결,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4812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탁자는 신탁자에게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사법행위와 공법행위를 구별하여 신탁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사법상 행위에 대하여만 명의사용을 승낙하였다고 제한할 수는 없다.

다. 특히 명의신탁된 주식의 처분 후 수탁자 명의의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것은 법령에 따른 절차로서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수탁자에게 불이익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주식의 처분을 허용하였음에도 처분 후 과세표준 등의 신고행위를 위한 명의사용에 대하여는 승낙을 유보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허용된 범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인은 원칙적으로 증권거래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하여야 하고(증권거래세법 제2조, 제3조 제3호, 제10조), 기한 내에 신고 및 납부를 하지 않으면 무신고가산세 또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된다(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47조의4).

2) 이 사건에서 명의신탁한 주식에 대하여 양도의 형식을 빌려 명의수탁자를 변경한 때에도 형식적으로 이 사건 주식이 공소외 2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이상, 과세관청은 양도인인 공소외 2가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공소외 2에게 무신고가산세부과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 실질과세의 원칙상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이득이 귀속되는 사람인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의 양도에 따른 최종적인 납세의무자이더라도 신탁자인 피고인이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아 수탁자에게 무신고가산세가 부과된다면 명의수탁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과세처분에 따라 세액을 납부하는 법률관계가 성립되는바(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0다260902 판결 등 참조), 수탁자인 공소외 2는 이를 별도의 쟁송 등으로 다투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3) 명의수탁자는 자신의 명의사용을 승낙할 당시 신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할 수 있음을 예상하였을 것이므로, 만약 수탁자인 공소외 2가 신탁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명의사용을 허락하면서도 과세표준신고 등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는 그 명의사용을 제한하였다고 보려면 그럴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

라. 원심이,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서 주식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외 2 명의로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행위는 공법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에서 명의사용 승낙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4812 판결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한 신탁부동산을 타인에게 매도하는 데 필요한 서류 작성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음에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명의수탁자 명의의 부동산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을 작성한 사안에서,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의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신탁자에게 허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신탁재산의 처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함에 있어 수탁자로부터 개별적인 승낙을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사문서위조ㆍ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아니하지만,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신탁재산이 수탁자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등으로 신탁자와 사이에 신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더 이상 신탁자가 그 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하여 수탁자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으며(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425 판결 등 참조), 이는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신탁자의 신탁재산 처분권한을 다투는 등 신탁재산에 관한 처분이나 기타 권한행사에 있어서 신탁자에게 부여하였던 수탁자 명의사용에 대한 포괄적 허용을 철회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다음, 공소외 1은 종전에 피고인과의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명의신탁 약정 당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처분이나 기타 권한행사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부여하였던 공소외 1명의사용에 대한 포괄적 허용을 철회한 것이고, 따라서 그 때 이후로는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처분이나 기타 권한행사를 함에 있어서 명의수탁자인 공소외 1명의로 또는 그의 대리인으로서 사문서를 작성하기 위하여는 개별적으로 공소외 1로부터 그 명의사용을 허락받거나 대리권을 위임받아야 할 것인데, 피고인이 2005. 9. 28. 이 사건 부동산매매계약서 및 이 사건 영수증을 작성할 때에 공소외 1로부터 그와 같은 명의사용 허락이나 대리권 위임을 받은 사실은 없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 등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425 판결

대법원은 수탁자가 신탁받은 채권을 자신이 신탁자로부터 증여받았을 뿐 명의신탁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신탁자의 상속인이 수탁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명의의 채권이전등록청구서를 작성ㆍ행사한 사안에서, 위 (1)항에서 본 법리를 전제로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공소외 2가 사망한 후 공소외 2의 상속인인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채권은 자신이 공소외 2로부터 증여받은 것이지 명의신탁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두 사람 사이에 이 사건 채권의 소유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던 사실, 그 후 공소외 1은 이 사건 채권의 발행은행인 우리은행 성당동 지점에 찾아가 이 사건 채권통장과 인감에 대한 분실신고를 한 다음, 위 통장의 인감 및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위 통장을 교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설령 공소외 1이 이 사건 채권을 공소외 2로부터 명의신탁 받았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2 또는 피고인 1에게 자신의 명의사용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승낙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외 1로서는 위와 같이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채권이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하고, 이 사건 채권통장을 교체하는 등 피고인 1로 하여금 마음대로 이 사건 채권을 처분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피고인 1에 대하여 이 사건 채권의 처분 등과 관련하여 자신의 명의사용에 관한 포괄적인 승낙의사를 철회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하여 피고인의 행위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213 판결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부동산은 피고인이 매입한 토지이고, 자기는 아무런 실질적인 권한이 없으며, 모든 권한은 피고인에게 있음을(위임) 인정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한 사안에서, ‘그렇다면, 피고인은 본건 재산의 처분에 관련하여 수탁자인 위 정△철 명의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본건 재산에 관한 위 정△철 명의의 매매계약서 이행최고서, 해약통고서, 인감증명신청서 및 등기위임장들을 위조하고 그 위조사문서를 행사하였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명의신탁된 재산의 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4) 대법원 1980. 3. 25. 선고 79도799 판결

대법원은 ‘양도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에 대하여 채무를 변제하고 그 소유권회복에 필요한 등기관계서류를 받아 보관중이거나 부동산을 타인에게 명의신탁하여 둔 경우 이 부동산에 관한 처분 기타 권한행사(예, 위 부동산에 경료된 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에 있어서는 그들의 명의사용이 포괄적으로 허용되었다고 추정되므로 신탁자가 위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위 수탁자등 명의의 위임장을 작성하였다고 하여 사문서위조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5) 결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명의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사문서를 작성·제출한 경우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의 법리는,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의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신탁자에게 허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신탁재산의 처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함에 있어 수탁자로부터 개별적인 승낙을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사문서위조ㆍ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아니하지만,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신탁재산이 수탁자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등으로 신탁자와 사이에 신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더 이상 신탁자가 그 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하여 수탁자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으며(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425 판결 등 참조), 이는 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신탁자의 신탁재산 처분권한을 다투는 등 신탁재산에 관한 처분이나 기타 권한행사에 있어서 신탁자에게 부여하였던 수탁자 명의사용에 대한 포괄적 허용을 철회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위 가.항에서 본 종전 판례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 데에 의미가 있다. 다만,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의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신탁자에게 허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판례의 입장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명의신탁 약정은 재산을 취득할 때에 1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렇다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 재산의 취득과 관련한 사문서(매매계약서,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 등)의 작성이나 행사에 대해서만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의 명의사용을 허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후 명의신탁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사문서의 작성에 대해서는 수탁자가 그 부분까지 명의사용을 허락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명의신탁재산의 취득 이후 신탁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각종 사문서를 작성·행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명의신탁 재산 취득시 명의사용을 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경우에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법률적으로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탁자 명의의 각종 사문서를 언제든지 임의로 작성·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과 같이 명의신탁재산 취득시 명의사용을 허락하였다고 하여 그 이후 명의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필요한 수탁자 명의의 사문서를 작성·행사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기간의 제한 없이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보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기재부 고문변호사
△ (사)한국국제조세협회 부이사장
△ (사)한국세무학회 부회장
△ (사)한국세법학회 감사
△ (사)한국지방세학회 부회장
△ 전 행안부 고문변호사
△ 전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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