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퇴직 후 직무와 연관된 청탁·뇌물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이를 이유로 퇴직연금을 감액해서는 안 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전직 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환수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2년 5월 지역 내 한 회사로부터 퇴직 후 부회장으로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그는 2012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이 회사가 보유한 특허공법을 지자체 공사 설계에 반영해달라고 공무원들에게 청탁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급여 등 명목으로 3억1천여만원을 받았다.

이후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18년 10월 형이 확정됐다.

공단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A씨의 퇴직수당 및 퇴직연금을 절반으로 제한하고 초과 지급분 6천700여만원은 환수하는 조처를 내렸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전·현직 공무원이 재직 중 직무와 연관된 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퇴직급여와 수당을 최대 50%까지 감액한다.

A씨는 환수 조치에 반발해 행정 소송을 냈다. 그는 범행 시기가 퇴직 이후였으므로 이를 이유로 환수·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알선수재죄는 공직에서 퇴직한 후 구체적인 영업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기 시작한 2012년 7월경 이후 성립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2년 5월 영입 제안 당시 구체적인 알선을 청탁받았다거나 금품제공을 약속받았는지 여부에 관해 별다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영입 제안을 승낙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알선수재죄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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