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1은 2018. 3. 16.경 피고인 소유의 상가 분양권을 9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18. 4. 20.경 매도대금을 수령함으로써 양도소득세 321,917,020원의 납세의무가 부과될 것이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2018. 4. 20.경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위와 같이 수령한 매도대금 중 4억 1,000만 원을 배우자인 피고인 2에게 증여하고, 2018. 6. 12.경 피고인 소유 주택과 부속 토지의 지분 중 4분의 3을 배우자인 피고인 2에게, 나머지 지분 4분의 1을 아들인 피고인 3에게 증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였다.

나. 피고인 2는 배우자인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증여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2018. 4. 20.경 피고인 1로부터 4억 1,000만 원을 증여받고, 2018. 6. 12.경 피고인 1 소유 주택과 부속 토지의 지분 중 4분의 3을 증여받았다. 이로써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는 사정을 알고도 피고인 1의 행위를 방조하였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전에 체납처분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ㆍ탈루한 경우에도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위반죄(체납처분 면탈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도5826 판결)

가. 2018. 4. 20.경 증여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1)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위반죄는 납세의무자 또는 납세의무자의 재산을 점유하는 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하거나 면탈하게 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하였을 때에 성립한다. 국세기본법 제2조 제9호는 “납세의무자란 세법에 따라 국세를 납부할 의무(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는 제외한다)가 있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1조 제1항은 “국세를 납부할 의무는 이 법 및 세법이 정하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성립한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위반죄의 주체인 ‘납세의무자’는 면탈하고자 하는 체납처분과 관련된 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를 의미하고, 그 ‘납세의무자’로서의 지위는 국세기본법 제21조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된 때’에 성립한다.

2)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과세표준이 되는 금액이 발생한 달, 즉 양도로 양도차익이 발생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에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성립한다. 여기에서 양도는 대가적 수입을 수반하는 유상양도를 가리키고 소득세법 제98조, 같은 법 시행령 제162조에 따르면 양도일은 대금을 청산하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금이 모두 지급된 날을 가리킨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98451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8115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양도인에게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자’의 지위는 위 국세기본법 규정에 더하여 소득세법령에 따라 양도목적재산의 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에 성립한다.

3) 정범의 성립은 방조범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방조범이 성립함에는 먼저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6도2518 판결 참조).

4)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 1은 2018. 3. 16. 상가 분양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18. 4. 20. 그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피고인 1의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는 양도일, 즉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인 2018. 4. 30. 성립하고, 그 날에 상가 분양권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 따라서 피고인 1이 납세의무자가 되기 전인 2018. 4. 20.경 위 매매대금 중 4억 1,000만 원을 피고인 2에게 증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에 대하여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정범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피고인 2에게 그 방조범에 대한 처벌 규정인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3항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

5)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8. 4. 20.경 증여로 인한 부분에 관하여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제3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제3항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2018. 6. 12.경 증여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1이 양도소득세 납세의무 성립 이후인 2018. 6. 12.경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인 2에게 자기 소유 주택과 부속 토지의 지분 중 4분의 3을 증여하여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고, 피고인 2는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그 재산을 증여받아 피고인 1의 행위를 방조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 중 위 가.항과 같이 피고인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이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 제3항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체납처분 면탈죄 관련 법리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1항은 “납세의무자 또는 납세의무자의 재산을 점유하는 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하거나 면탈하게 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ㆍ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하였을 때”를 체납처분 면탈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과 제2항의 사정을 알고도 제1항과 제2항의 행위를 방조하거나 거짓 계약을 승낙한 자”를 체납처분 면탈죄의 방조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외의 형법 규정은 조세범 처벌법에도 모두 적용되는데(조세범 처벌법 제20조), 형법 제32조에서 방조범의 처벌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세범 처벌법 제7조 제3항에 체납처분 면탈죄의 방조범을 별도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

체납처분 면탈죄는 납세의무자를 주체로 하고 있고, 납세의무자는 납세의무가 성립한 조세채무를 부담하는 자를 의미한다(국세기본법 제2조 제9호, 제21조 제1항). 여기에서 ‘재산의 은닉’이란 형법상 강제집행 면탈죄에 있어서와 동일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형법 제327조에 규정된 강제집행 면탈죄에 있어서의 재산의 ‘은닉’이라 함은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자에 대하여 재산의 발견을 불능 또는 곤란케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재산의 소재를 불명케 하는 경우는 물론 그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3도3387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도2732 판결). 예를 들어 채권자의 가압류 등을 피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제3자 명의의 다른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대법원 2005. 10. 13. 선고 2005도4522 판결),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채무변제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875 판결)는 강제집행 면탈죄의 처벌 대상이 된다. 체납처분 면탈죄에 있어서도 납세의무자가 체납처분을 면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하면, ‘재산의 은닉’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이 된다.

"체납"이란 국세를 지정납부기한까지 납부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하고(국세징수법 제2조 제1항 제2호), “체납처분”이란 국세를 체납한 체납자(국세징수법 제2조 제1항 제3호)가 체납액을 완납하지 아니하는 경우 국세징수법 제31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재산의 압류(교부청구·참가압류를 포함한다), 압류재산의 매각·추심 및 청산의 절차에 따라 체납액을 강제징수하는 절차를 말한다(국세징수법 제24조).

형법 제327조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강제집행 면탈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강제집행 면탈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 면탈죄가 적용되는 강제집행은 민사집행법의 적용대상인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ㆍ가처분 등의 집행을 가리키는 것이므로(대법원 1972. 5. 31. 선고 72도1090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도5693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도14909 판결 등),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을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는 형법상 강제집행 면탈죄의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도5693 판결).

나. 대상 판결의 의의

소득세법은 같은 법 제94조 제1항 제1호(토지나 건물)·제2호(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지상권 등 부동산에 관한 권리)·제4호(기타 자산) 및 제6호(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에 따른 자산을 양도한 자에게 그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내에 양도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예정신고납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소득세법 제105조, 제106조). 이와 같이 예정신고납부하는 소득세의 납세의무 성립시기는 과세표준이 되는 금액이 발생한 달의 말일이 된다(국세기본법 제21조 제3항 제2호).

분양권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서 그 양도소득은 예정신고납부 대상이 되므로, 분양권을 양도한 자의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는 잔금을 지급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에 성립된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 1은 2018. 4. 20. 분양권 양도대금을 모두 수령하였으므로 같은 달 30.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되고, 따라서 그 이전인 같은 달 20. 이루어진 피고인 2에 대한 현금 증여는 양도소득세 납세의무 성립 이전의 행위로서 체납처분 면탈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대상 판결은 체납처분 면탈죄의 주체가 ‘납세의무가 성립하여 조세채무를 부담하는 자’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기재부 고문변호사
△ (사)한국국제조세협회 부이사장
△ (사)한국세무학회 부회장
△ (사)한국세법학회 감사
△ (사)한국지방세학회 부회장
△ 전 행안부 고문변호사
△ 전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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