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의상 서산은
너무 먼 산
경허 만월 수월 만공 만해 탄허 일엽 성철 구산
그리운 금강산 닮은
중광의 그림자까지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단풍철이면 온 산이 붉은 치마를 두른 것 같다는 무주 적상산 자락에서 스님처럼 기거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가 산 정수리에서 시정잡배를 내려다보며 흰소리를 떵떵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참나(眞我)’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내가 사랑한 산들”은 수행의 동반자이자 그의 시적발원지입니다. “너무 먼 산”에서부터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고승의 이름을 부러 들먹이는 게 아닙니다. 소소하지 않은 그의 삶이 높고 깊은 ‘침묵의 산’을 지향함으로 결코 무겁지도 않습니다. 산이 되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을 대신한 시인만의 산이, 흉흉한 우리네 현실을 짧고 명쾌한 문장으로, 산처럼 꾸짖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