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립대학교의 반값 등록금이 다시금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2년 반값등록금 시행 전후에도 그렇고 2016년 서울시립대 '0원 등록금' 도입 논의에서도 그랬지만, 서울시립대 운영 지원 예산이 100억원이나 깎인 상태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2023년 서울시 47조가 확정되면서도 그렇다.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원에서 100억 감액한 477억원으로 확정제출되었으니 17.3%나 깎인 것이고 2022년 서울시립대의 전체 예산 1403억원 중 서울시 지원금은 875억원으로 약 6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기준으로 따지면 서울시 지원금은 400억원가량 줄어든 것이고, 그것도 서울시 단계에서가 아닌 서울시의회 단계에서 깎여 그렇게 된 것이라 해당 학교로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금액이라 할 만하다.

박훈 교수
박훈 교수

그런데 이러한 반값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해당 학교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소득격차, 자산격차가 커지는 우리나라에서 교육격차로 가난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이 생기지 않도록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 좀 더 기회를 주기 위해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여러 방안 중 등록금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 반값등록금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재정의 차원에서 보면, 등록금이 아닌 장학금을 좀 더 많이 주는 방식이 학교의 재정주권의 차원에서 더 선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있다. 학생으로부터 직접 받을 등록금을 줄이든 장학금을 더 많이 주든 모두 학교에 이를 뒷받침할 돈을 더 지원받거나 쓸 돈을 더 줄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립대학교와 같은 공립학교와 같이 시민의 직접적인 세금으로 마련된 재정지원을 받는 학교의 경우에는 반값등록금은 세금과 또 바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국공립학교만이 아니라 사립학교까지 포함하여 2012년 도입된 국가장학금제도의 혜택을 받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소속 대학생 등에게 2022년에는 국가장학금 4조1326억원(예산기준, 교육부 2022년 학자금 지원 기본계획 발표자료)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러한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이든 국가장학금이든 모두 사실상 국민의 세금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유럽식의 경우처럼 대체로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낮은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니도록 할지, 미국식의 경우처럼 대학생의 선택에 따라 많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게 할지는 국가의 고등교육 정책과 국민의 인식에 따라 결정될 부분이다. 각각 어떠한 선택을 하든 각각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는 어찌보면 미국식 대학등록금제도에서 유럽식으로 조금씩 옮아가는 과정에서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제도가 서울시 자체내에서 논란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2014년 해당 학교의 입학처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 의회 본회의 출석요구를 받아 반값등록금 도입으로 서울시립대 교육환경이 나뻐지지 않았냐는 당시 야당 서울시의원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답변을 직접 하지 않고 결국 서울시장이 직접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느꼈지만 학교현장에서 보다 많은 투자가 있다면 학교가 더 좋아지는 것이고 그 재원이 학생의 등록금에서 나오든 서울시 재원에서 나오든 투자액이 많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재원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것이 정치적 논쟁이 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2017년 해당 학교의 학생처장으로 학교 국가장학금 업무를 주관할 때 적은 등록금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부담스러워서 국가장학금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더는 많은 학생을 보기도 했다. 등록금이 높든 낮든 중앙정부가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등록금 지원을 하는 것을 보고 등록금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지원하는 장학금제도가 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바 있다. 등록금이 낮아진 만큼 재단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지원을 더 받아야 해서 재정적 종속이 더 커질 수 있는데 학생의 혜택은 많아지면서 이러한 재정적 문제는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이에 비해 많은 대학의 숫자로 대학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의 한 중심에 서 있다. 그 과정에서 대학 스스로가 재정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재원확보의 한 수단으로 등록금 인상도 고민하지만, 2010년 1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게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고등교육법 제11조 제10항, 제11항)된 바 있고 최근 각종 정부의 대학지원사업에서 이를 위반했을 때 받을 불이익도 대학이 갖는 고민이기도 하다.

사립학교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65년 정부가 등록금 통제정책을 완화한 바 있고, 1970년도에 대학등록금이 급격히 올라 사회적 문제가 된 바도 있다. 한때 가난한 농가에서 재산목록 1호로 여겼던 소 판돈으로 마련한 대학등록금으로 세운 대학 건물을 상징하던 ‘우골탑’이라는 말도 등록금 부담을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의 등록금을 사실상 쉬 높이지 못하게 하면서 국가장학금으로 이를 보완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는데, 고등교육에 대해 국가가 어느 정도 재원을 투자하고 실제 교육수혜자인 학생에게, 사실은 그 부모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시킬지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이 투자라면 과감한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교육투자는 소득격차, 자산격차를 줄이는 주요한 방법일 수 있고 우리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한 학교의 반값등록금제도가 정치적 관심을 받으면서 때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가 때로는 하나의 포퓰리즘적 제도로 없애야 할 것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어느 정책을 찬성하고 반대하든간에 교육에 대한 지원여부 및 방법에 대해 여러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학교 현장에서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투자를 하면 할수록 교육의 질은 좋아지기 마련인데 투자는 사실상 줄이고서 교육이 좋아지도록 강요하는 것은 더욱 경계할 일이다.

국가재정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증세를 해야 하는지 감세를 해야 하는지의 고민 속에서 국가 미래를 위한 교육 부분의 지출 분야의 변화는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립대학교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서울시의회 본회의의 최근 갑작스러운 결정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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