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을 컨베이어 앞에 서서일하는 최저임금(시급 9160원) 노동자인 고단해(가명) 여사의 가계부는 한숨과 눈물뿐이다. 한달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에서 세금이네 4대보험이네 하면서 떼 가고 나면 고작 150만원 남짓 손에 쥐는 것이 수입의 전부다.

남편 노동일(가명)씨는 건축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6개월째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 한 달에 들어가야 할 돈은 전세융자금 이자 50만원, 자동차 보험료 10만원, 전기료 5만원, 가스요금 10만원, 오물처리비 5만원, 아들 둘의 태권도장비 15만원을 빼고 나니 고작 50만원으로 한 달을 먹고 살아야 한다. 고단해 여사의 가계부에서 눈물과 한숨을 지우고 나니 적어야할 목록이 없을 정도다. 가장인 노동일 씨는 아내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세상이 원망스럽고 운명이 야속하다는 생각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노동일 씨의 가슴에 바람구멍이 나는 것은 두 아들의 뒷바라지가 시원찮아 한숨을 대물림 한다는 미래의 우울함이 더 큰 요인이다.

코로나가 온 세상을 삼켜버린 가운데 빚만 늘어가면서 가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소상공(가명)씨는 요즘 매일 수십 번씩 반복하는 말이 “사람값(?)만 빼고 죄다 올랐어요”다. 오는 손님마다 “어머나 왜 이렇게 비싸요”가 단골 레퍼토리가 된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5%대로 물가를 잡기위해 정부에서도 안간힘을 쓰긴 하는 모양인데 현장과는 천양지차다. “너나 나나 고달프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할 것이다. 곡물을 시작으로 설탕 등 공업용 가공식품에 채소 등 식재료들이 일제히 오른데다 공공요금 인상이 기름을 부었지 싶다.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정부의 발표와 많이 다르다. 저것도 조작했겠지?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이제 대중교통요금까지 인상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인상폭은 적어도 20%는 넘을 것 같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5000원하던 짜장면 한 그릇 값이 6000원이면 20% 오른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로 배달비가 추가되면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상상 이상이다. 물가인상 뉴스를 접하는 서민들의 하나같은 생각은 정치인들의 분탕질에 열불이 난다. 혹시나 우리나라의 국운이 쇠하여 대통령 복이 없는 것인지 걱정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을 것이다.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해부터 내리는 것이 하나 있다. 새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금은 내렸다. 그런데 다수당의 몽니로 정부의 목표치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물가와는 정반대로 피부에 와 닿는 체감도는 ‘아니 올시다’이다. 법인세율 1%p 인하는 세계를 무대로 경쟁해야하는 기업들에게는 ‘언발에 오줌 누기’란다.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인하했다는데 화성인들에게나 적용되는 얘긴가 싶다. 최저임금에 전세살이 인생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부동산투기로 돈 벌고 주식투자로 돈 버는 사람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긴 한데 어째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는 현실이 웃기면서도 슬프다.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항변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아무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가 법이라지만 최저임금이 호구지책의 전부인 서민에게는 이것마저도 가혹하다. 소득세 최저세율이 6%이다. 최저임금 소득자의 경우 과세표준이 적고 세금은 소액일 수 있다. 여기에다 연말정산으로 대부분 돌려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부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감세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의 시사점 일 것이다. 경제강국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인 서민들의 한결같은 희망사항이 아닐까?

이제 임인년(壬寅年)의 우울했던 추억은 잊어버리자. 이제부터 계묘년(癸卯年) 새해 아침에 천지신명께 올릴 소망을 적어보자. 계묘년은 토끼신이 관장한다. 토끼신은 원래 수월보살(水月菩薩)로 인간 세상의 암흑을 막기 위해 달에 광명의 물을 붓는 달을 만드는 보살이다. 그래서 계묘년에는 왠지 광명세계를 기대하게 된다. 토끼의 성정으로 보면 조용하고 온순하다. 그래서 토끼띠생은 아주 정확한 순서에 따라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며 늘 겸손한 자세이다. “새해는 토끼의 성정으로 겸손하게 일상의 목표에 최선을 다하자” 다짐해본다. 광명을 관장하시는 토끼신께 비옵니다. 찬란함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무탈하게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꼭 ‘사람값’도 좀 올려주십시오. 지구상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강국 대한민국이 아닙니까. 이 대한민국을 떠받들고 사는 국민인 만큼 국격에 맞게 대우 좀 해주세요. 최저임금 5%오르면 뭐합니까.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모르니 소원은 빌어보겠습니다. 이왕에 사람값 좀 올려주실 요량이시면 요렇게만 해주라고 노래 한곡 올리겠습니다.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목청껏 불러봅니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농촌엔 기~름진 논과 밭/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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